한나라당 내부 기류가 심상치 않다.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지난 3일 발표한 5대 정치개혁방안을 둘러싼 소장파와 중진간 반목이 표출되고, 중대선거구제 도입문제를 놓고 영남권과 비영남권 의원들이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다 비대위체제 출범 이후 정국대응방식 등을 둘러싼 당지도부간 불협화음도 점차 커지고 있어 자칫 당이 심각한 내홍에 휘말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내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은 지구당.후원회 폐지 등을 골자로 한 최 대표의 5대 정치개혁방안. 대선자금 정국에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한나라당이 살 길은 과감한 정치개혁을 주도하는 길 뿐이라는 게 최 대표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와 쇄신모임은 4일 저녁 합동워크숍을 갖고최 대표의 정치개혁 방안에 지지를 선언했으나 상당수 중진과 전국구 의원, 원외위원장들은 지도부를 공공연히 성토하는 분위기다. 특히 중진그룹은 최 대표가 소장파를 앞세워 자신들을 제거하려는 시도로 의심하며 지도부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중부권 출신 한 중진 의원은 "전국구 전원교체는 최 대표가 소장파를 앞세워 중진과 나이많은 의원들을 물갈이 하려는 의도"라며 "가만히 앉아서 당하지만은 않을것"이라고 밝혔다. 영남권 한 중진의원은 "요즘 중진들이 모이면 `최 대표가 뭔가에 쫓기는 것 같다' `대표가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얘기들이 주로 나온다"며 "최 대표가 일부 측근얘기만 듣고 중진들을 외면할 경우 심각한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용학(金龍學) 의원은 "정당이란 정권을 잡아서 정강정책을 펴는 것이 목적인데 선거때 가장 중요한 지구당을 폐지하자는 것은 정당인으로서 기본을 망각하는 것"이라며 "요즘 당론 결정과정을 보면 당이 아예 없는것 같다"고 지도부를 겨냥했다. 김 의원은 최근 당지도부의 행보를 비판한 내용 등을 담은 `한나라당의 죽음을준비합시다'는 공개편지를 자신과 당 홈페이지에 올리고 전 지구당위원장들에게 팩스로 보냈다. 박종희(朴鍾熙) 의원은 "지구당 폐지 문제 등 정치개혁방안은 연찬회 등 폭넓은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결정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대표 이야기만 붕떠서 당의분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오(李在五) 사무총장 겸 비대위원장이 5일 오전 비대위회의에서 중앙당.시도지부 후원회 폐지방침을 밝히면서 "일정이 미리 잡힌 의원들의 개인후원회는 당사자 사정에 따라 하라"고 한발 물러선 것은 이런 당내반발 기류를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중대선거구제 문제도 당내 갈등의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홍사덕(洪思德) 총무가 정국대응 차원에서 중대선거구제와 책임총리제에 대한 긍정적 입장을 잇따라 표시하자 최 대표와 비대위 핵심간부들은 "지금은 대여투쟁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라고 제동을 거는 등 지도부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 또 영남권 의원들이 열린우리당의 영남권 잠식을 우려하며 소선거구제 고수를주장하고 있는 반면 수도권 등 비영남권 의원 중 상당수가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바라고 있어 선거구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경우 이들간 갈등도 표면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밖에 비대위 출범 이후 비대위와 당 공조직간 불협화음이 빚어진데 이어 비대위내에서도 벌써부터 `특정인 독주설' 등이 흘러나오고 있어 당 관계자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문병훈기자 bh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