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5일 내년 총선 이전에 각 정당의 지구당을 폐지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함에 따라 41년만에 우리나라 정당의 기본 틀이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한국정당사에 지구당이 등장한 것은 1962년 12월31일 정당법을 제정할 때 3조에`정당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국회의원 지역선거구를 단위로 하는 지구당으로한다'는 조항이 생기면서 부터이다. 정당법 25조는 아예 정당의 등록 요건에 국회의원 지역선거구 총수의 10분의 1이상의 지구당을 창당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이처럼 지구당은 지난 40여년 동안 우리나라 정당의 기본 단위였지만, 상시적인지구당 운영에 소요되는 비용과 선거때마다 공조직 가동에 들어가는 비용 등으로 인해 `돈 먹는 하마'로 인식돼 진작부터 정치개혁의 화두로 등장했다.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은 "지구당이라 하면 사무실을 얘기한 것이 아니라 지구당위원장, 상무위원, 관리장 등의 조직을 말하는 것"이라며 "사무실을 없애자는것이 아니라 지구당 상근 당직자를 포함한 모든 조직을 없애자는 것"이라고 의미를부여했다. 지구당이 폐지되면 우선 지구당위원장이라는 직함과 상근 조직이 자동적으로 없어지고, 중앙당과의 연락과 민원업무만을 담당하는 연락사무소가 지구당을 대체하게된다. 지구당위원장들이 부담해왔던 매달 1천500만-3천만원 정도의 상시 운영경비가대폭 줄어들고, 선거때마다 재연됐던 공조직을 통한 불법자금 살포의 관행도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구당이 폐지되면 지구당 관리가 주된 임무중 하나인 중앙당의 축소도 불가피하게 되고, 중앙당과 지구당의 연계고리가 느슨해져 과거처럼 일사불란한 정당 운영의 모습은 찾기 어렵게 될 전망이다. 또한 지구당위원장 인선 등을 둘러싸고 표면화됐던 계파 정치의 부작용도 완화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이며, 지구당위원장이라는 직함에서 오는 기득권이 없어져 정치신인의 진출이 더욱 용이해지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지구당 체제는 현행 소선거구제에 어울리는 제도라는 점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 논의를 더욱 활발하게 만드는 촉매제의 역할도 할 것으로보인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지구당 폐지와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을 연계한다는 방침이나, 한나라당은 지구당 폐지에는 찬성하면서도 소선거구제 당론을 유지하고 있어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 그러나 지구당 폐지가 오히려 `금권정치'를 부추기고 사조직의 형성과 불법적인사설 사무소 설치를 조장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으며,결과적으로 자금력이 있는 기성정치인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구당을 없애는 대신 선거에 뜻을 둔 후보가 각종 사조직을 형성, 관리하고 이곳저곳에 00동호회, XX연구소 등의 명칭으로 사설 사무실을 운영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지구당의 상시운영체제가 돈 많이 드는 정치의 원인이라는 점에서 폐지는 긍정적"이라면서 "사설사무소 설치와 사조직 육성 등 또다른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선거법, 정당법 등의 규제 조항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구당 중심의 정당구조가 워낙 뿌리가 깊고 정치관계법이 모두 이같은 틀에 따라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지구당 폐지는 단순히 정당법의 개정뿐만 아니라 선거법과 정치자금법 등 관련 법안의 대폭적인 수술을 요구한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