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5일 "태종이 세종의 시대 기반을 닦은 것처럼 새로운 시대의 맏형이 되고 싶었는데 지금와서 보니 구시대의 막내 노릇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 등 원로 지식인 13명을 청와대로 초청,오찬간담회를 갖고 "과거의 구태에서 벗어나 후배들이 다시는 흙탕물에 발딛지 않도록 하고 다음 정부가 잘하도록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자리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보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많이 만나 적극 설득해 (정책 등에서) 오해가 없도록 이해시켜야 한다"며 "지지자와 비판자 모두를 아우르는 대통령이 되어 달라"고 고언을 쏟아냈다. 일부는 "언론과 좋은 관계를 가지는 것이 좋다"며 쓴소리도 했다. 노 대통령은 인사말에서 "여러 상황에 대해 여러 전망이 있겠지만 걱정이 많으시죠"라며 "이 상황이 부담스런 혼란으로 끝날 것인지,새로운 질서 창조를 위한 진통이 될지,희망은 후자이지만 어떻게 굴러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잘될 때는 여러 어르신이 안 보이고 어려울 때는 어르신들 생각이 난다"며 몸을 낮췄다. 한완상 한성대 총장은 "국민에게 희망 주는 일을 해달라"며 "솔직하고 겸손한 것은 돋보이지만 권위주의는 청산하되 권위는 세워달라"고 말했다. 유창우 영남대 명예교수는 "보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많이 만나 적극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환 민화협 고문도 노 대통령에게 "많이 만나 설득하라"고 요청했다. 이인호 국제교류재단 이사장은 "모든 문제마다 여론을 수렴해서 통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며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전문성이 없는 국민들이 알기 어려워 위임한 것이니 대통령이 결정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북한 지원은 상당히 고민을 해야 한다"며 "북한의 실상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대처하는 지도력을 발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돈명 변호사는 "국내 문제나 재신임 문제에 너무 신경쓰지 말고 남북관계에 신경 써 달라"며 "최근 신문 방송의 실무자를 만난 것은 잘한 일"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백경숙 인하대 명예교수는 "정책 현안을 처리할 때 고양이 목에 방울다는 사람이 대통령"이라며 "국민 얘기를 많이 듣되 지나치게 여론을 의식하지 말고 용기를 가지고 대담하게 해달라"고 말했다. 이라크 파병과 관련,강만길 상지대 총장과 백낙청 시민방송 이사장 등은 전투병 파병 반대의사를 밝혔으며 변형윤 교수는 대통령이 빨리 결정하라고 말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