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사건은 역대 정부에서 제주도민이 줄기차게 `신원(伸寃)'을 요구해온 뜨거운 감자였다. 하지만 김대중(金大中)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 뚜렷한 진전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 사상 첫 여야 정권교체를 이룬 김대중 정부에서 비로소 공론화하면서 국회에서 지난 99년말 4.3 특별법이 제정되기에 이르렀고, 정부는 이 법에 따라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4.3 진상규명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그간 희생자 지정, 위령공원 조성 등 명예회복 문제를 추진해 왔고 제주지역 등의 시민.사회단체는 사건 관계자들의 주도로 역사적 재평가 작업을 활발하게 전개했다. 이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참여정부 출범후 제주지역 단체, 도의회 등은 노대통령의 `정부사과' 대선공약을 발판으로 삼아 노 대통령의 제주 방문을 통한 사과표명을 강력히 요구해 왔다. 노 대통령은 이같은 요구를 수용, 진상조사 보고서가 채택된다는 전제아래 지난4월3일 55주기 제주 합동위령제에 직접 참석해 사과를 하려는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진상규명위가 지난 3월 전체회의를 열어 보고서를 채택하려 했으나 일부위원들의 반대로 당초 계획과 달리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하게 되자 노 대통령은 제주 방문을 통한 사과 계획을 유보했다. 노 대통령은 사과 계획 불발 후 지난 4월2일 진상규명위 민간위원들을 청와대로초청,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내년 4월3일엔 반드시 제주를 방문할 것이며 그 이전에라도 진상보고서가 마무리되는 대로 국가적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노 대통령은 이같은 약속에 따라 지난 15일 진상규명위가 보고서를 공식 채택하자 31일 직접 제주를 방문, 사과를 표명하게 됐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제주도민과 오찬간담회에서 "내년 4.3기념식때 입장발표를 생각했는데 한편으로 보면 제주도민들의 마음도 급하고 또 그때는 총선이 임박한 시점이어서 적절하지 않을 듯 싶어 오늘 정부 입장을 공식 표명하겠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