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가 30일 대선자금과 관련, '세풍(稅風.국세청 대선자금 모금 의혹)사건`에 이어 5년만에 또다시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지난 97년과 2002년 대선도전에서 잇따라 실패한 이 전 총재는 지난 98년에는 세풍사건으로, 이번에는 SK비자금 유입사건으로 또다시 국민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이다. 특히 `대쪽'이라는 이미지를 가졌던 그로서는 `정치인 이회창' 뿐만아니라 `자연인 이회창'으로서도 타격을 받게 된 셈이다. 이날 그의 대국민사과는 세풍사건 때와는 많은 면에서 차이를 보였다. 이 전 총재는 98년 9월 세풍사건이 드러난후 두 달여만인 11월4일 처음으로 사과했다. 그러나 정식기자회견이 아닌 의원총회를 통해서였다. 발언내용도 "국세청 사건에서 당이 당시 국세청장과 차장에게 돈을 요구하거나 강요한 적이 없지만 결과적으로 당으로 유입된 것에 대해 국민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전 총재는 "국세청장과 차장 개인이 모금한 것이고 조세감면이나 징수유예를 해준게 아니기 때문에 조세행정을 무너뜨린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었다. 하지만 이번 사과는 정식 기자회견 형식을 빌었고, 회견내용도 "변명의 여지가 없이 잘못된 일", "책임을 통감한다", "무릎을 꿇고 사죄드린다", "감옥에 가더라도 제가 가야 마땅하다"는 등 진솔한 심경을 피력했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특히 그는 자신이 직접 회견문을 작성하고, 행여 한나라당에 불필요한 부담을 주거나 향후 행보에 대한 억측을 막기 위해 박 진(朴 振) 당대변인이 아니라 이종구(李鍾九) 전 공보특보에게 회견사회를 보도록 지시하고 정계를 떠난 입장임을 강조하고 정치적 내용에 대해선 발언을 삼가는 등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