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총재가 30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에서 머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회창(李會昌) 전 한나라당 총재는 30일 SK비자금 사건과 관련, "지난 대선때 한나라당이 불법자금을 받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이 잘못된 일"이라며 "모든 허물, 모든 책임은 대통령 후보였던 저에게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못난 저를 사랑하고 아껴주신 국민 여러분께, 이회창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바로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걸었던 국민여러분께 무릎을 꿇고 사죄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총재는 "대선당시 사무총장과 재정위원장, 그리고 재정국장 등 당직자들이 검찰 조사를 받거나 받을 예정인데다 당을 위해 심부름한 죄밖에 없는 재정국장의 구속문제가 거론되는 상황을 보고 저는 참담한 심정에 견딜 수 없다"며 "모든 책임은 이들보다 후보였던 저에게 있으며, 감옥에 가더라도 제가 가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선패배로 이미 죄인이 된 제가 동지 여러분의 가슴에 또 못을 박는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진다"며 "우리 당이 여태 겪어보지 못했던 어려움에 처한 이 시기에는 오직 용기와 단합만이 우리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서로를 비방하고 헐뜯을 것이 아니라 서로 따뜻하게 위로하고 격려해 주기 바라며, 이번 일이 당이 새롭게 거듭나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특히 저를 꾸짖으시더라도 사리사욕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직자로서 당과 대선승리를 위해 누구보다 헌신적으로 앞장섰던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 전 총재는 "저에게 삶의 꿈을, 삶의 희망을 걸었던 수많은 국민에게 좌절과 실망을 안겨드린 제가 어떻게 해야 속죄를 할 수 있겠느냐"며 "국민 여러분께 충심으로 사죄드린다"고 거듭 밝혔다.


이 전 총재는 이어 가진 일문일답에서 책임 문제와 관련,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것으로 법적 책임도 당연히 포함되며, 검찰이 (소환을) 요구해 오면 피하지 않고 응하겠다"고 말하고 "특히 지난 대선 직후 정계를 떠난 만큼 정계복귀 운운하는 것은 더이상 저와 관련해 나올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전 총재는 그러나 SK비자금의 인지여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사안에 대해 언제 알았느냐 몰랐느냐 하는 것은 책임을 지는데 크게 관련되지 않고 중요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변을 피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 기자 choinal@yonhap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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