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자금 정국이 불법 정치자금 관행 청산의 전기가 될 것이라던 당초 기대와는 달리 무책임한 폭로전이 잇따르면서 구태의연한 정쟁의 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대선 당시 노무현(盧武鉉) 후보 선대위의 대선자금을 둘러싼 공방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과거 한솥밥을 먹던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이전투구식 폭로전은 상대당을 흠집내기 위한 정치공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우선 29일 노관규(盧官圭) 민주당 예결특위위원장의 노 후보 선대위 대선자금 4대 의혹 기자회견이 대표적인 예로 꼽히고 있다. 노 위원장은 "노 후보 선대위의 이상수 총무본부장이 당 경리국 실무자들에게 허위 회계처리를 지시, 실제 자금 흐름을 은닉하고 소위 세탁을 해 사용한 의혹이 있다"면서 128억5천만원 허위회계 처리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이상수(李相洙) 전 선대위 총무본부장이 보관중인 제주도지부 후원회 무정액 영수증 363장및 예금통장 등 증빙자료 은닉의혹 ▲12억6천만원의 횡령의혹 ▲대선후 조달된 45억원의 출처 등 4대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당내 경리관계 실무진들로부터도 "너무 나간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정당 관행상 선거비용과 정당비용의 구별이 애매한 게 현실인데 이를 무조건 허위 회계처리로 몰아 부친것은 전형적인 `한건 올리기' 수법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돈세탁' 의혹에 대해서는 정황증거 조차 제시하지 않아 빈축을 샀다. `우리당'측은 노 위원장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소함으로써 폭로전은 법정 다툼으로 비화될 소지마저 안고 있다. 또한 민주당이 지난 27일 제기한 `盧 선대위 이중장부' 의혹도 실체가 불분명하다. 민주당측은 당일 의총에서 이 문제를 한 의원이 제기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로 지목된 박상희(朴相熙) 김경재(金景梓) 의원 등은 "내가 처음 말한 것이 아니다"며 한발 빼고 있다. 김경재 의원이 29일 기자들과 만나 "기업들이 한나라당에는 100억원을 캐시(현금)로 갖다줬으면서 민주당에는 당사로 직접 찾아와 수표로 돈을 줬는지 의아스럽지 않느냐"며 "단일화 이후 이쪽(노 캠프)이 승기를 잡았을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누가 알겠느냐"고 말한 것 역시 다분히 `노 캠프'에도 현금으로 불법 자금이 들어왔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민감한 정치자금 정국에서 책임있는 정치인이 근거도 없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처신이었다는 지적이다. `우리당' 이상수 의원은 "대선후 민주당 사무총장으로 가보니 회계상 정말 어마어마한 문제가 있었고, 결정적 부분도 알고 있다"며 민주당측의 회계 부정 문제를 거론했고, 일부 실무진들은 "100억원 횡령의혹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의원 역시 구체적인 정황증거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입을 다물고 있고 횡령 의혹에 대해서도 당 지도부는 "모르는 일"이라고 발을 빼고 있다. 민주당은 "전형적인 협박정치"라고 비난했다. 또 이 의원이 제주도지부 후원회 무정액영수증 및 통장 반환 문제와 관련해 28일 "내가 후원회장을 그대로 하고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큰소리를 치다가 하루만인 29일 민주당측이 이 의원의 직인이 찍힌 지난 17일짜 사직서 사본을 공개하자 "보좌관이 한 일"이라며 뒤늦게 인정하고 나온 것은 무책임을 넘어서 뭔가 의혹이 있기 때문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가 후원회장직을 사퇴했으면서도 아직까지 영수증과 통장을 반환하지 않는 것이 `뭔가 있음'을 뒷받침한다고 민주당측은 주장한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