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전보장회의(NSC) 관계자가 이라크 추가파병 병력 규모를 2천-3천명선으로 추정한 것을 계기로 파병 부대의 윤곽이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최근 싱가포르 발언과 2차 정부조사단 구성을 근거로 어렴풋이짐작되던 파병 규모와 부대 편성방법 등이 NSC 관계자의 발언을 통해 가시권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NSC 관계자는 27일 "아직 정부 방침이 확정된 것은 아니나, 미국이 요청한 `폴란드형 사단(Polish Division)' 규모를 감안할 때 파병 규모가 2천∼3천명 선이 될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추가파병 규모와 관련해 다양한 숫자들이 보도됐으나 대부분과장된 것이라면서 파병 규모를 둘러싼 추측들이 난무, 국민이 대단히 혼란스러워하고 있어 이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파병 규모를 밝힌다고 설명했다. 이는 정부의 이라크 파병 결정 이후 국방부 등을 중심으로 비교적 설득력있게제기돼 온 5천∼1만명 파병설을 완전히 뒤집는 발언이다. 이 관계자는 또 1차 파병 결정 때는 국익과 한미관계, 유엔 결의 등이 주요 고려 대상이었지만 이번 2차 결정에선 여론과 이라크 평화정착과 재건지원 등에 가장도움되는 방향이 어떤 것인지가 중요할 것이라며 앞으로 파병부대가 어떻게 편성될것인지에 대해 암시했다. 이라크 무장단체들과 유혈전투를 강력히 반대하는 국민 여론을 감안하고, 전후재건사업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전투병 파병을 가능한 한 배제한다는 확고한 원칙을제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투병 배제 원칙은 정부가 NSC의 김만복 정보관리실장(1급)을 단장으로 이달말 이라크 현지에 파견할 예정인 2차 조사단의 구성 내역에서도 엿볼 수 있다. 국방부 장교들을 주축으로 편성된 1차 조사단과는 달리 2차 조사단에는 국무조정실, 외교부, 국방부, 행자부, 건교부, 보건복지부, 국제협력단 등 여러 부처 실무급 간부들이 포함돼 있다. 군사적 충돌 가능성에 대비한 군 차원의 조사 보다는 사회 인프라와 보건.의료,민심 등 전후복구 지원을 위한 비군사적 부문을 중점 점검해 향후 파병부대 편성에참고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추가 파병과 관련한 정부의 공식 입장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파병 규모, 시기, 성격 등을 예단할 수는 없으나 NSC 관계자의 발언 등으로 미뤄 파병부대는 공병을 모체로 한 민군 혼성부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라크 남부 나시리아에서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서희부대를 모델로 추가 파병부대를 편성하는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추론이다. 대부분 공병요원인 서희부대는 지난 4월 1차 파병 당시 전체 575명 가운데 특전사 요원이 79명이었고, 이달 출국한 2진 병력 379명 중에는 53명이 포함됐다. 육군이 보유한 10개 야전공병여단 가운데 2개 여단 병력 약 2천명을 주축으로의무, 공병, 통신, 수송, 정비 요원들을 추가하고, 특전사를 비롯한 전투병은 부대원들의 신변 경호를 목적으로 최소 규모로 편성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검토되고있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군이 보유한 군의관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을 감안해 민간 의료전문가들을 자원봉사자로 지원받아 군 병력과 함께 이라크에 파견돼인도주의적 구호활동을 벌일 가능성도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2차 조사단에 보건복지부 관리와 국제협력단 직원이 포함된 것은 이 같은 추론을 뒷받침하는 대목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비전투병을 주축으로 한 3천명 규모의 민군 혼성부대 편성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것은 폴란드형 사단 파병을 주문한 미국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파병반대론자들의 불만을 무마시키며, 이라크 주민에게 점령군 이미지를 없애려는 의도에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편성 방법은 지난 23일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한 노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일부 감지됐다. 노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 이전에 진정으로 이라크에 도움을 주려 하며, 이를위해 부대 편성과 역할에서 실질적으로 도움되도록 하겠다는 점을 이라크 국민과 아랍국가들에 인식시키면 외교적 갈등이나 우리 군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군은 과거 파병 역사를 보더라도 다른 나라 군대보다 민사작전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결국 전후복구 및 재건, 인도주의적 구호활동의 비중을 최대한 높이되 가능한한 총성은 울리지 않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2차 조사단의 귀국 이후 구체적인 모습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