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黃長燁) 전 북한 노동당비서가 27일 오전 11시 경찰의 철저한 보안 속에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대한항공 뉴욕행 KE081편으로 출국했다. 황씨는 보안유지를 위해 김모씨라는 가명을 사용해 1등석 항공권을 예약했고 출국수속은 황씨가 공항에 도착한 시각보다 이른 오전 6시 55분께 이뤄졌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황씨 아닌 다른 사람이 출국수속을 대신해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경찰의 경호 속에 일찌감치 출국수속을 마친 뒤 공항 내 CIQ(세관.출입국관리.검역)구역에서 대기하던 황 전비서는 출발 30분 전으로 규정된 탑승시각 보다 이른 10시 15분께 비행기에 올랐다. 황씨는 일행인 탈북자 윤대일, 김성민씨 등과 함께 이날 오전 8시께 공항에 도착했으며, 출국 과정에서 경찰은 몰려든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 대한항공 측에 선탑승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대학생들로 구성된 '황장엽 방미 저지 결사대' 등이 이날 황씨의 방미를 막기 위해 공항에서 시위를 벌인다는 첩보에 따라 경호에 각별히 신경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바람에 공항 귀빈실 및 항공기 탑승구 등에서 황씨를 기다린 취재진과 이날 새벽부터 공항에 나와 대기하고 있던 시위대 10여명이 모두 황씨의 출국 현장을 목격하지 못했다. 일부 취재진이 뒤늦게 비행기에 올라가 황씨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하기도 했다. 97년 한국 망명 이후 처음 외국 방문길에 나선 황씨는 열흘 정도 워싱턴에 머무르며 초청단체인 인권단체 디펜스포럼이 주최하는 포럼에 참석, 북한 실태 및 현안 등에 대해 연설하고 참석자들과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그는 또 존 볼튼 미 국무부 군축안보담당 차관 및 제임스 켈리 동아.태 담당 차관보 등 국무부 관계자,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및 국방부 관계자들과도 면담할 것으로 알려졌다. (영종도=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