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4당 대표의 연쇄회동은청와대와 정치권이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직접 확인했다는 점에서 일단 향후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 대통령과 제1야당인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간 회동은 정국 현안에 대한 극명한 인식차만 확인하고 끝남에 따라 정국의 불투명성은 더욱 고조될전망이다. 다만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여 재신임 국민투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받을 것임을 시사하면서 재신임 정국은 일단 수면밑으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또 노 대통령과 정당대표가 사실상 합의한 정치자금법 등 정치관계법 개정 작업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여 경색정국의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이날 노 대통령과 최 대표간 회동에서 현격한 인식차이를 보인 대목은 대선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문제다. 최 대표는 검찰 수사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대선자금에 대한 `전면적이고무제한적인 특검실시'를 요구했다. 최 대표는 회동에서 "특검을 해서 수사결과에 따라 탄핵사유가 되면 탄핵을 당하든가, 하야를 해야 한다"며 노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했다. 특검이 이뤄지면 노 대통령측의 대선자금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위법 사유,즉 탄핵 사유가 나올 것이라는게 한나라당 판단이고, 따라서 한나라당이 입을수 있는 상처를 감수하고라도 특검을 밀어붙이겠다는 계산인 것같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검찰 수사가 불공평 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정부조직 최고 책임자로서 특검을 운위하는게 적절하지 않다"고 최 대표의 견해를 반박했다. 노 대통령은 "내가 말린다고 수사를 안했거나, 말리려고도 안했고, 생각도 안했다"며 특히 "전면수사를 하자는데 이의는 없지만 탄핵이나 하야를 가정해 얘기하는데 대해서는 유감"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그렇지만 노 대통령은 "대통령의 지시가 필요하다면 하겠지만 특검은 대통령이결단할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이 결단할 문제"라고 말해 정치권이 합의할 경우 특검실시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개진해 주목된다. 이미 민주당은 대선자금의 국정조사.특검 실시를 요구한 바 있어 `특검공조'가 이뤄질 경우, 현재 진행중인 검찰의 SK 비자금 수사 등을 포함한 대선자금 관련 수사가 특검으로 넘어가면서 정국이 급속히 `특검 정국'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특검 해법'이 현 비자금 위기국면을 탈피하기 위한 정치권의 `꼼수'가아니냐는 비판여론이 대두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검찰측의 반발도 예상돼 특검실시를 예측하기는 아직 섣부르다는 관측이 많다. 반면 재신임 국민투표 문제는 노 대통령과 4당 대표의 연쇄회동에서 어느정도 진전된 결론을 도출한 대목이다. 민주당 박상천(朴相千) 대표가 위헌 소지가 있다며 철회를 강력 요구했고, 한나 라당 최 대표는 위헌 여부에 대한 판정을 받자고 제의한데 대해 노 대통령이 헌법 재판소의 위헌여부 심판을 먼저 받은 뒤 논의하자는 안을 수용하면서 일단 재신임 정국은 한풀 가라앉게 됐다. 헌법재판소가 조속한 심리를 거쳐 위헌 여부 결정을 내달중에라도 내릴 경우, 국민투표법 개정 작업 등 재신임 논의가 가열될 것으로 보이지만 위헌 결정이 내려 지면 재신임 국민투표는 완전히 물건너가는 카드가 된다. 그러나 헌재 결정에 앞서 특검 실시 여부에 따라 국정쇄신과 총선분위기로 접어 들 것인지, 특검-탄핵 정국으로 가파르게 치달을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여 재신임 정국의 파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비자금 파문의 회오리속에서 여론의 집중 몰매를 맞은 정치권이 자발적으 로 정치개혁에 앞장설 뜻을 밝히고 나서면서 노 대통령과 정당 대표회동에서 선거완 전 공영제, 선거재판 단심제 등 정치개혁의 조속한 추진이 사실상 합의된 것은 이번 회동의 주요한 성과로 볼 수 있다. 최 대표는 "4당 합의로 11월에 정치개혁 작업에 착수하고 시민단체 등도 참여시 키자"고 제안했고 노 대통령은 "돈 들어가는 원인제거도 중요하지만 합법적 길도 마 련해 줘야 한다"고 화답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결국 대선자금 등 정치자금 문제는 정치개혁 입법에 모 두 흡수되면서 검찰 수사의 조기 종결 등을 통해 내년 총선국면으로 접어들지 않겠 느냐"고 조심스럽게 관측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의 칼끝이 한나라당의 심장부를 정면으로 위협하고 있는 상황 에서 한나라당의 특검 반격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 것인지, 또 검찰 수사에서 메가톤 급 사안이 터져 나올 경우 정국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 놓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정 국은 여전히 살얼음판 위에 놓여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