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5일 오전 청와대에서 재신임 국민투표 문제 등을 논의하기 위한 4당 대표 연쇄회동의 첫 순서로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와 만난데 이어 열린우리당 김원기(金元基) 창당주비위원장과 잇따라 회동했다. 노 대통령은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전에 재신임 국민투표 문제와관련, "정치적 타결을 짓겠다"며 4당 대표화의 회동을 제안했고, 이에따라 25, 26일개별 연쇄회동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노 대통령과 정당 대표의 회동은 지난달 4일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여야 3당대표들과 6인 회동에 이은 것으로, 노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 선언및 4당체제로의 정치지형 변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유인태(柳寅泰) 청와대 정무수석은 회동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한꺼번에 보면좋은데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가 따로 보자고 하는 통해 쉬지도 못하고..."라며 개별 연쇄회동이 이뤄지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 노대통령-김총재 `날씨' 화제로 환담 = 0...4당 대표 가운데 노 대통령과 첫 회동을 가진 자민련 김종필 총재는 변웅전(邊雄田) 비서실장, 유운영(柳云永) 대변인과 함께 8시56분께 청와대에 도착,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 유인태 정무수석, 윤태영(尹太瀛) 대변인, 서갑원(徐甲源) 정무1비서관의 영접을 받았다. 노 대통령은 회동장 입구에서 김 총재를 맞았으며, 이날 회동에는 문희상 비서실장과 변웅전 비서실장만이 배석했다. 노 대통령이 "가을이 아주 빨리 왔다"고 운을 떼자, 김 총재는 "가을이 빨리 오지만 얼음이 녹는게 큰 문제다. 지구온난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지구가얼마나 바뀔지...제가 살아있는 동안은 별일 없겠지만..."이라고 말을 받았다. 또한 김 총재는 노 대통령의 최근 APEC 정상회의 참석 등 해외순방과 관련, "수고 많았습니다"고 인사했으며, 노 대통령은 "감사합니다. 염려해주신 덕에 바깥일은무난히 하고 왔습니다"고 화답했다. 이어 노 대통령이 태국.싱가포르 방문을 떠올리며 "그곳 사는 사람들은 더위를쉽게 견딜 줄 알았는데 역시 더위에 대해서는 다 힘들어 하더라"고 말하자, 김 총재는 "월남 파병된 사람들 얘기로는 그곳 기후에 적응하는 데 반년이 걸린다고 한다"며 기후를 주제로 대화를 이어갔다. 노 대통령은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100일 걸린다고 한다. 태내에서 나와 바깥 세상에 적응하기까지 100일이 지나면 안정된다고 한다"며 참여정부 초기의 `열악한' 외부 환경을 암시하자, 김 총재는 "백일 전에는 아이를 폭 감싸주면 아이가 안운다고 한다"고 수긍했다. = 노대통령-김총재 회동 = 0...노 대통령과 김 총재는 약 1시간10분간 재신임 국민투표 문제, 대선자금 문제, 이라크 추가파병 문제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김 총재는 "국민이 우매한 것 같으나 현명하다. 국민투표를 해도 (재신임에) 찬성하는 사람이 많다"며 "국민을 이해시켜야 하고, 조국을 위해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해 결정해야 한다"며 재신임 국민투표 철회를 강력 요청했다. 김 총재는 또 "크게 힘이 못돼 미안하다"고 말한 뒤 "권력의 주변에 오래 있어 결단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오죽했을까만은 결정을 재고하기 바란다"며 "신임을 받더라도 반대하는 사람의 성향은 바뀌지 않는다"고 거듭 철회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제의는 제 뜻대로 했으나, 거두는 것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며 "논의해보겠다"고 말하고 "정치권이 빨리 합의해 결론이 모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해 정치권이 `철회'에 합의할 경우 수용여부가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재신임 선언 당시 지지도가 35%를 기록하는 등 어려웠고, 측근 비리가 터져 심판을 받고 싶었다"며 재신임 선언의 취지를 설명하고 "지금처럼 여론조사 결과 재신임쪽이 높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과 김 총재는 대선자금 문제와 이라크 추가파병에 대해선 의견을 같이 했다. 김 총재가 "시민들을 만나보니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하더라"고 시중 여론을 전하자 노 대통령은 "검찰이 대통령의 눈치를 안보고 마음먹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내가 말린다고 들을 문제가 아니며, 말릴 생각도 없다"고 검찰의 소신수사를 강조했다. 또 김 총재가 "대통령도 자유롭지 못하니 사면이 어떠냐고 한나라당이 말하던데"라는 말로 노 대통령 주변 문제를 우회 지적하면서 `척결'을 주장하자, 노 대통령은 "고해성사는 되지도 않고, 하더라도 국민이 믿지 않을 것"이라며 공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철저한 수사후 처리는 국민에게 맡겨야 한다"며 "국회에서 선거자금 등 정치개혁의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는 당초 지난 7월 노 대통령이 정치권에 제안했던 `대선자금 해법' 절차가운데, 정치권의 자발적인 고백의 경우 이미 현실성이 떨어졌다는 판단에 따라 우선 검찰에 의한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지적한 것이지만, 사후 처리 방식에 대해선 당시의 해법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검찰수사' 부분은 한나라당이 검토하고 있는 특검에 의한 방식을 사전에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김 총재가 "6.25 때 미군 4만명이 사망하고, 15만명이 부상했는데, 미군이 어려울 때 파병 결단을 내린 것은 잘했다"며 정부의 파병결정을 지지하자, 노 대통령은 "감사하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또 김 총재가 "너무 서두르지 말고, 내년초쯤 파병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말한 데 대해 "적절하고 명확한 격려 말씀에 힘이 난다"며 거듭 사의를 표명했다. 아울러 김 총재는 "국회를 존중하는 의사를 피력해 달라. 그러면 미력하나마 성의를 다해 도와주겠다" "국민을 잘 달래달라" "(재신임 투표는) 결심해서 미래지향적으로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회동에 배석했던 문희상 비서실장과 변웅전 비서실장이 양당 대변인에게 회동 내용을 구술하는 사이 노 대통령과 김 총재는 배석자없이 약 5분간 환담해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김범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