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에는 70대로 보이는 서양인들과 일본인 여자 1명도 수감돼 있었다고 탈북자가 22일 밝혔다. 1998년 9월 평안남도 개천군의 이른바 `제18 관리소'를 탈출해 중국과 몽골을 거쳐 한국으로 망명한 김용(金龍 53. 전 국가보위부 중좌) 씨는 이날 워싱턴의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열린 기자회견에서 "1996년 관리소에서 도로확장 공사를 나갔을 때 70-75세로 보이는 서양인 7명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나는 그 때 도로를 3m에서 6m로 확장하는 공사에 동원됐다가 그들을 봤는데 당시 우리 작업반장이던 김재근 씨가 `그들은 한국전 당시 함경남도 장진호반에서 포로로 잡힌 미국과 영국의 군인들로 알고 있다'고 말해줬다"고 전했다. 김씨는 한국에 입국했을 때 조사당국에 이 사실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김씨는 "`너희가 우리를 먹을려고 했지만 발전하는 우리나라를 똑똑히 보라'는김일성의 교시로 관리소에 그들을 넣었다고 들었다"면서 "그들은 뼈에 가죽만 남고허리가 굽어져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강원도의 타일공장 부지배인의 부인이었던 55-60세로 추정되는 일본인 여성도 관리소에 수감돼 있었다"면서 "그 여자는 히로시마가 고향이었고 이름은 요시무라인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1950년 황해도 출생이며 동흥무역회사의 대리인(부사장)으로 일하던 1993년 출생 비밀 등 과거를 감추기 위해 서류를 조작한 사실이 발각돼 정치범 수용소에 수용됐다. 그의 부친 김청국은 암호명 '비루스 3호'로 미국 중앙정보국 첩자로 1957년 체포돼 총살됐으며 그의 어머니는 이 같은 가족의 비극을 감추기 위해 아들을고아원에 넣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대영 특파원 k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