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7년 전격 망명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자신이 처음부터 망명을 생각한 것은 아니고, 독약을 먹고 자살하려 했다고 말했다. 황 전 비서는 22일 밤 일본의 아사히TV 심야 종합 뉴스프로그램인 `뉴스 스테이션'을 통해 방영된 인터뷰에서 "사실 처음에는 망명하려고 하지 않았고, 양심의 가책과 책임을 느껴 독약을 찾아 자살하려 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내가 당을 비판했다는 의미에서, 그 평가는 나의 가족들에게도 똑같이 미칠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남한에 가서 하루 빨리 (북한의) 독재체제를 무너뜨리는게 옳다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그는 "북한을 떠나면서 5년만 기다리면 망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런 생각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외부 원조가 없었다면 북한이 붕괴됐을 것이라는 점을 상당한 근거를 갖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 씨는 "(옛) 소련이 미사일과 핵폭탄을 남아돌 정도로 갖고 있었지만, 붕괴하고 말았다"면서 "북한도 이미 붕괴가 시작됐으며, 탈북자는 (붕괴시작의) 단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1974년부터 1985년까지는 `김일성-김정일' 공동정권, 85년부터 94년까지는 `김정일-김일성' 공동정권이었다고 말하고, 특히 85년부터는 이미 김정일 현 국방위원장이 실권을 잡았다고 말했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특파원 ksi@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