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를 마치고 귀국하는 대로 4당 대표들과 잇따라 회동을 가질 예정이어서 재신임 정국의 해법이 도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초 4당 대표와 한자리에 모여 정국현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던 노 대통령과 정당대표간 회동이 개별 연쇄회동으로 정리된 것은 한나라당의 완강한 반대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대표측이 "생각이 다른 4당 대표가 모여앉아 어떻게 충실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겠느냐"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고, 민주당 박상천(朴相千) 대표도 "4당 회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별회담이 더 진지한 회담이 될것 같다"고 동조입장을 표시하면서 개별회동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일단 개별회동이 성사됨으로써 노 대통령은 각 당의 진솔한 입장을 듣고 자신의 재신임 국민투표 제안에 대한 입장을 개진할 `진지한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혼미를 거듭해온 재신임 정국이 어떤 식으로든 정리가 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이 오는 12월15일을 전후한 재신임 국민투표 실시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APEC 회의 출국전 `정치적 타결'을 언급한 만큼 야당에서 반대하는 국민투표를 강행할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재신임 국민투표에 대해 한나라당은 `신중론'을, 민주당은 `반대'입장을, 그리고 통합신당은 `강행' 입장을 보이고 있고, 노 대통령이 이미 천명한 `재신임후 개각'입장에 대해서도 야당은 물론, 여당측에서도 `즉각적 국정쇄신'을 요구하고 있어회동 결과를 낙관하기는 아직 섣부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은게 사실이다.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최도술씨 사건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우선이고 그 이후 재신임 문제가 논의돼야 한다"면서 "정치적 타결은 있을 수 없고, 국민투표에 문제가 있다면 대통령 스스로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 대표는 "정부가 국정과제를 제대로 수행해 나가려면 무엇보다 내각을 전면 개편하는 일대 국정쇄신을 단행해야 한다"며 "경제를 살릴 경륜과 능력, 추진력을 갖춘 인사로 내각을 새롭게 구성하고 국정쇄신을 단행한다면 전폭적으로 내각을 돕고 협력할 것"이라며 국정쇄신을 강하게 건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역시 국정쇄신에 한 목소리를 내면서 국민투표는 위헌소지가 크기 때문에 철회돼야 한다고 노 대통령을 압박할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야당의 이같은 요구에 노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정국의 얽힌 실타래가 풀릴지 더욱 꼬여갈지 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 아직 청와대측은 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통합신당 김원기(金元基) 주비위원장이 "재신임 국민투표 입장은 불변"이라고 말하고 있고, 국정쇄신 역시 `재신임 이후'로 노 대통령이 못박아 놓은 상황이어서 회동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노 대통령은 19일 방콕에서 한국 기업인들과 만나 "재신임 발언후 정치권이 자기반성을 하고 숙연해 질줄 알았는데..."라며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을 토로하는 등 청와대와 야당간 정국인식의 차이도 여전하다. 다만 이광재(李光宰) 국정상황실장의 사표 제출 등 청와대측이 국정쇄신을 부분적으로 수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노 대통령이 정치권의 국정쇄신 요구를 전면 수용함으로써 재신임 정국을 정면 타개해 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이라크전 추가 파병 문제와 관련해서는 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파병의 불가피성을 설득할 예정이지만 각당이 총선 등을 의식해 "정부가 구체안을 먼저 밝히라"고 요구하면서 한발 빼는 분위기여서 파병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전망이 높다. 한나라당은 파병 결정을 평가하면서도 정부의 적극적 대국민 설득을 주문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민주당은 전투병 파병에 대한 신중론을, 통합신당은 철저한 현지조사와 국민여론 수렴을 각각 당부할 것으로 보여 추가 파병에 대한 각당의 미묘한 편차가 여실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