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은 미국의 공식 요청 이후 마련된 `시간표'에 따라 진행됐다. 정부는 지난달 4일 리처드 롤리스 국방부 부차관보, 크리스토퍼 라플레어 국무부 부차관보 등이 청와대를 방문, 한국의 이라크 파병을 공식 요청한 이후 파병여부를 검토해 왔다. 그동안 정부는 `연내 결정'이라는 공식 언급 이외에는 "결정시한을 정해놓지 않고 있다"며 시나리오에 따른 파병 결정을 부인해 왔으나, 18일 이라크 파병을 전격발표함에 따라 일단의 `시간표'가 드러난 셈이다. 정부는 먼저 파병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제반 고려 및 판단기준을 설정한 뒤 이러한 변수들을 하나하나 점검하고 추려나가는 방식으로, 파병여부에 대한 결론에 도출하는 방식을 택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파병판단의 기준으로 ▲유엔 논의 등 세계여론 ▲이라크 국민인식 및 아랍권 인식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안정 ▲파병시 위험도 ▲국익▲국내여론 등을 제시한 바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중심으로 각각의 고려요소에 대한점검작업에 본격 착수했으며, 특별히 우선순위를 뒀다기 보다는 병행 검토를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달 24일부터 정부조사단이 이라크 현지를 방문함으로써 이라크 국민인식, 아랍권 인식, 파병부대 위험도 등에 대한 9박10일간의 조사를 벌인데 이어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다. 또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 위성락 외교부 북미국장, 서주석 NSC 전략기획실장등 한국측 대표단이 지난달 24일부터 4박5일간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 양국간 본격적인 의견조율에 착수했다. 지난 6∼8일 서울에서 열린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실무회의에서도 이라크 파병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국내여론 수렴작업도 병행, 청와대 국민참여수석실을 중심으로 지난8일 이라크 파병 반대론자들의 의견을 듣는데 이어 상황변화에 따른 여론조사 작업도 꾸준히 지속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도 파병결정을 앞두고 각군 참모총장, 재향군인회 임원, 시민단체 및종교계 인사 등을 만나 의견을 들었으며, NSC 역시 중동 전문가, 시민단체 인사들을두루 만났다. 결국 정부는 이라크 상황, 한미간 입장, 국내여론 등을 토대로 사실상 `이라크파병이 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 채택이라는 마지막변수만을 남겨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라종일(羅鍾一)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12일부터 미국을 방문, 콘돌리자라이스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만나 이라크 파병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시켰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이같이 `파병이 불가피하다'는 내부적 판단을 이미 내린 상태에서 유엔 안보리의 지난 16일 이라크 결의안 채택은 파병결정 발표 시기를 18일로 확정하는 계기가됐다. 정부가 `모든 변수들이 이라크 파병에 충족되는 상태'를 발표 시점으로 잡은 상황에서, 이라크 결의안 채택에 따른 파병결정은 `오는 20일 한.미정상회담에 앞서결정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과 공교롭게 맞아떨어지는 모양새를 취하게 됐다. 정부는 이라크 결의안 채택 이후 NSC를 중심으로 모든 요소에 대한 최종 검토작업을 벌인 뒤 17일 저녁 노 대통령이 주재한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최종점검회의, 18일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 등을 거쳐 최종 결정됐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