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파병 결정은 무엇보다한미 동맹관계와 북한 핵문제 해결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관건이라는 판단때문으로 보인다. 주한미군 재배치, 북핵문제 등을 감안할 때 미국의 파병 요청을 수용하는 게 향후 한미관계를 포함해 국제사회에서의 위상 강화와 국가이익 증진을 추구하는 데 유리하고 북핵문제를 풀어가는 데도 유용할 것이라는 논리에서다. 이와 관련, 라종일(羅鍾一)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12-14일 방미때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만나 파병문제를 최종 조율하고 북핵 2차 6자회담과 관련해 대북 안전보장안을 검토하는 등 북핵 회담의 진전을 위한 협의가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노 대통령은 이같은 기본 인식아래 국제사회 흐름과 국내 여론동향, 이라크 현지 정세 등을 점검하며, 파병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해 왔으나, 외교.국방 당국을 중심으로 정부내에선 파병 불가피론이 오래전부터 자리잡아온 게 사실이다. 결국 지난 16일 유엔 안보리의 이라크 결의안 만장일치 채택이 국내외 여건을급속히 성숙시킴으로써 파병 조기결정의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다. 그동안 국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유엔 결의시 파병 찬성비율이 60-70%대로 나타난 점이 파병 반대론을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한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8일 "국내여론은 유엔 결의가 뒷받침될 경우 파병 찬성비율이 훨씬 올라간다"며 "이같은 상황이라면 진보세력 중심의 파병 반대론도 설득할 수 있는 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으로선 특히 오는 20일 방콕에서 한미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정상회담후에 파병을 결정할 경우 미국의 압력에 따른 것이라는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점도 조기 결정의 요인이라고 정부 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양국의 동맹관계에 비춰 서로 이같은 부담을 덜고, 특히 한국으로선 앞으로 여러 면에서 발언권을 강화할 수 있는 여건을 중요하게 고려했다는 것이다. 계속 머뭇거리다가 미국의 압박에 의해 떼밀려 파병하는 양상을 보일 경우 실기에 따른 부담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지난 13일 국회 시정연설때만 해도 신중 결정을 강조했다는점에서 조기 결정으로 급선회 배경엔 최근 유엔 결의를 전후해 미국측의 `물밑압박'이 크게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은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포함,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한국의파병 결정을 얻어내는 것을 가장 큰 외교적 성과로 인식, 직.간접 외교경로를 통해파병 요청수위를 높여왔다는 관측이 있어왔다. 최근 부시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대상국에서 한국만 제외된 점, 한승주(韓昇洲)주미대사의 일시 귀국 보고, 미 뉴욕타임스의 윤영관(尹永寬) 외교장관과 콜린 파월미 국무장관간 `언쟁' 보도 등이 방증 사례로 거론됐다. 청와대는 "파병결정은 국내정치 현안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노 대통령이 재신임 국민투표 문제와 관련, 주변 여건이 성숙한 현 시점에 파병을 결정하는게 지지악화 등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아울러 노 대통령이 "파병하지 않을 경우 투자 불안심리가 생길 것이라고 해 걱정"이라고 밝힌 것을 뒤집어보면 파병 결정을 늦출 경우 미칠 경제불안 심리에 대한우려와 파병결정이 가져올 경제심리 안정에 대한 기대도 중요한 배경으로 지적된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기자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