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청와대는 17일 이라크파병 여부 결정을 위해 마치 `속도전'을 하듯 내내 긴박하게 움직였다. 특히 청와대와 외교 당국자들이 이라크 결의안의 유엔 안보리 통과에 대해 "결정적인 계기가 마련됐다"고 합창하며 파병 기정사실화를 주도했다. 그러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내 `파병 신중론자'들은 이들의 분위기 주도에 제동을 걸며 여론 흐름에 촉각을 세웠다. 노 대통령은 이날 재향군인회 임원단 및 시민단체.종교계 인사들과 차례로 간담회를 갖고 각각 "국익을 위한 조속한 파병"과 "명분없는 침략전을 위한 파병 반대"라는 극단의 찬반의견을 듣는 것으로 의결수렴 절차를 거쳤다. 청와대 외교.안보 고위관계자들은 이례적으로 언론사 간부들과 만나 "찬.반이 6대 4인 여론이 유엔결의를 전제로 하면 훨씬 찬성이 높게 나온다"며 "영국 예를 보면 반전여론이 있어도 다국적군에 합류했듯 정치지도자의 외로운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도 재향군인회 간담회에서 "이걸 내놓고 미국과 흥정하자는 뜻은 아니다"며 "파병의 시기, 성격, 규모는 물론 이것을 말하고 결정하는 절차를 국제정치의환경 속에서 가장 국가위신이 높아지고, 국가이익도 최대한 높아지고 커지도록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것에 맞춰 잘 할 것이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진 시민단체및 종교계 인사들과 간담회에선 "지금까지 파병 논의는 가볍게해왔다. 내일 안보관련회의(NSC회의)를 열어 본격적으로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저녁엔 한승주(韓昇洲) 주미대사, 외교.안보라인 참모진과 함께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한미정상회담 관련 준비를 하면서 18일 NSC회의에서 이라크 파병문제 논의 방향을 점검했다. 이같은 흐름에 따라 파병론자들이 오는 20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유엔결의를 계기로 파병론을 굳히려 한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특히 라종일(羅鍾一)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이 최근 방미에서 콘돌리자 라이스백악관 안보보좌관을 만나 이라크 파병문제에 대해 정부 입장을 이미 통보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청와대와 외교부 관계자들은 노 대통령이 APEC 회의 참석전 NSC회의 등을 거쳐 19일 파병 결정 사실을 발표할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채 "곧 결정될 것"이라고 결정 임박을 강력 시사했다.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도 "모른다"면서도 NSC회의의 중요성을 지적하며 "내일 취재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일부 NSC 핵심관계자들은 여전히 "무슨 소리냐. 사실이 아니다" "황당하다"는 등으로 부인, 조기 발표에 부정적인 일각의 기류를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기자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