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찬씨 "언론사 세무조사 무마 부탁했다"
지난 99년 10월 '언론대책 문건사건' 관련 발언등 4건의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에 대한 속행공판이 13일 서울지법 형사23부(재판장 김병운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이종찬 전 국정원장은 이강래 전 정무수석과 자신이 당시언론대책 문건을 작성했다는 정 의원의 주장을 부인, "문일현 당시 중앙일보 기자가작성한 문서를 팩스로 받은 9일 뒤 중앙일보측이 '세무조사를 받게 됐다'며 수습을부탁해 외국에 나가 있던 김대중 전 대통령 대신 김종필 당시 총리를 찾아가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는 부당하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이 전 원장은 "이처럼 언론사 세무조사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던 내가언론대책 문건을 작성했다는 것은 허위 주장"이라며 "근거없는 시나리오에 따라 폭로를 일삼는 관행이 정치를 저질화시키고 있다고 생각해 증언대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 유학중 증언을 위해 일시 귀국한 문일현 전 기자는 "언론이 나름의분명한 가치관을 갖고 객관적으로 여론을 비판.계도하지 않고 실체적 진실보다 매체의 주관적 판단이 증폭된다고 생각해 매체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른바 '언론대책 문건' 작성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이 전 원장이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할 때 당시 김영삼 후보가 아닌 이 전 원장을 개인적으로 밀었고 종로구 국회의원 출마시에는 돈도 모으고 안기부 직원도 보내 도왔다"며 "정치와 국정원 모두 선배인 이 전 원장에게 악감정을 갖고 명예를 훼손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정 의원이 99년 11월 한나라당 부산집회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공산당 빨치산 수법을 쓰고 있다.
김 대통령이 서경원 전 의원에게서 공작금 1만달러를 받았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서경원 전 의원은 "89년 6월 밀입북 혐의로 정형근 당시안기부 대공수사국장에게서 조사를 받으며 저녁 9시15분부터 새벽 1시45분까지 주먹과 발로 두들겨 맞아 온 몸에 멍이 들었다"고 증언했다.
서 전 의원은 "안기부 수사관들에게 조사를 받다 정형근 당시 국장이 들어와 '나왔어 안나왔어'라고 묻고 '(김 전 대통령에게 1만달러를 줬다고) 불지 않으면 죽여버리라'고 지시했다"고 말했고 정 의원은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러나 서 전 의원의 전 비서 방모씨는 "98년 3월 수감중이던 서 전 의원을 면회갔더니 `정 의원이 누군지도 모르고 고문당한 적도 없다'고 했다"며 서 전 의원과는 정반대 증언을 해 주목된다.
정 의원은 재작년 1월 9건의 고소.고발 사건 중 ▲서경원 전 의원 밀입북 수사당시 고문관련 발언 ▲한나라당 부산집회에서의 `빨치산 수법' 및 `김대중 대통령 1만달러 수수' 발언 ▲언론대책 문건사건 관련 발언 등 4건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불구속 기소됐다.
(서울=연합뉴스) 김상희 기자 lilygarden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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