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3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기업 비자금과 정치인의 정치자금간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으로 `철저한 조사와 고해성사, 대사면, 제도개혁의 절차'를 제시했다. 노 대통령의 이같은 제의는 지난 7월21일 대선자금 논란과 관련,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당시에도 여야 모두에 대해 대선자금 공개와 철저한 검증, 재계의자발적인 공개와 그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수사는 하되 기업.기업인은 비공개 하는방안을 제시했다. 이어 "국민여론이 허용한다면 국회 스스로 면책을 전제로 한 법안을 만들 수 있고, 허용치 않을 경우 처벌을 각오하고 밝힐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해 `국민의 허용'을 전제로 `대사면'과 같은 개념을 얘기했었다. 당시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같은 제의에 대한 정치권의 호응이 없는 상황에서최도술(崔道述)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문제로 직접 자신과 연관된 정치자금 문제가 제기된 것을 계기로 자신이 먼저 재신임 투표라는 방식으로 국민의 심판대에 선것이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제 자신이 먼저 몸을 던져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며 "금액의 많고 적음을 떠나 국민의 의혹을 받고 있는 한 과감하게 국민의 심판을 받고이것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에 대한 철저한 조사, 고해성사, 필요하면 대사면, 제도개혁 이런 절차를 통해 우리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신뢰를 바로 세울 수 있다면 그 어떤 개혁보다 더큰 정치발전을 이루는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는 노 대통령 자신이 최도술씨 사건 등과 관련해 먼저 고해성사하고 국민투표를 통해 불신임을 받든지 정치적 사면을 받겠다는 의미외에 한나라당, 민주당, 통합신당 등 정치권 전체에 대해 지난 7월의 포괄해법을 상기시키며 호응해줄 것을 거듭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각당과 개별 정치인 대부분 각종 기업의 비자금에 연루된 대선자금이나 총선자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만큼, 기업 비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때마다 불거져 나오는 정치자금 스캔들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자신이 다시 `총대'를 맸으니 함께 정치자금 문화와 제도개혁에 나서자는 제안인 셈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이같은 `유인'에 정치권이 재신임 국민투표에 선선히 응하면서 자신들의 정치자금 문제도 함께 풀어가는 방식으로 응해나올지는 불투명하다. 노 대통령은 재신임 제안 이후 기회있을 때마다 자신의 `선의'를 역설하고 있으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노 대통령 자신의 면책, 난국돌파, 총선 등을 겨냥해 기성정치권을 부패집단으로 싸잡아 매도하기 위한 `악의'라고 해석하고 있기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기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