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3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재독사회학자 송두율(59) 교수에 대한 포용적인 사법처리 필요성을 밝히면서 검찰의 강경기류 방침이 새 국면을 맞게 될지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이날 "엄격한 법적 처벌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민족간 화합과 포용을 말하는 시대가 된 만큼 한국사회의 폭과 여유와 포용력을 전세계에 보여주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사실상 `사법처리 반대의사'를 밝혔다. 노 대통령의 이 같은 송교수 관련 발언은 연설문 초안에는 없었던 내용. 강금실 법무장관의 입을 통해 몇 차례 `청와대의 뜻'이 일부 내비쳐지기도 했지만 노 대통령이 직접 공개적으로 검찰수사와 관련해 자신의 뜻을 밝히기는 예상밖의 일이다. 그간 노 대통령이 측근 인사를 비롯한 정치인들에 대한 검찰수사에 대해 뭐라 간섭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나 이번 만큼은 검찰로서도 `정치적 독립성'만을 앞세워 국가원수의 뜻을 거스르기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검찰은 이에 따라 송 교수 문제를 국가이익적 측면에서 접근하면서 사실상 용도폐기했던 공소보류 등 `선처' 조치를 다시 검토해야 할 상황이 됐다. 검찰은 현재 송교수에 대한 조사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의 사실관계를 대부분 확정짓고 혐의 내용의 경중, 송교수의 전향 및 반성의사, 남북관계 및 외교적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작업에 들어간 상태. 검찰은 그간 송교수가 전향 및 반성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혐의 내용을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고 내심 기대했던 북한 관련 정보도 제공하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 자세를 보이자 송교수를 일단 기소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특히 수사팀내에서는 다른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과의 형평성 문제 제기, 사회적갈등.논란 확대 등을 우려해 구속수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우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은 노 대통령이 `극단적 견해가 일방적으로 지배하는 여론'을 경계하며 `폭넓은 화해와 포용이 이뤄지는 논의'를 강조하자 일단 `구속기소' 보고서를 거둬들인 채 새로운 `묘수' 찾기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검찰은 국가정보원이 송치 의견서에 첨부했던 공소보류 단서조항을 다시 들춰보면서 기소유예 등 조치도 함께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송교수가 14일 기자회견을 통해 "형사처벌을 감수하고라도 한국 국적을 회복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라는 점도 검찰이 막판 고심을 하는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송교수 수사와 처벌 문제는 분단시대의 극단적인 대결구도에서 만들어진 법과 상황에서 거론되고 있다"고 지적한 것과 관련, 송교수 문제를 계기로 국가보안법 개정.폐지 논의가 다시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