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국회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11일 운영위의 대통령비서실.경호실, 기획예산처에 대한 감사 등을 끝으로 20일간 일정을 마감한다. 이번 국감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본격적인 선거국면에 접어드는 시기에 이뤄지고 민주당의 분당사태로 정치권과 국민의 관심이 '외부'로 분산, 국정전반의 문제점을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국감종료 시간이 자정 이후까지 이어지기도 했던 예년과 달리 이번에는 대부분상임위가 오후 6-7시에 감사활동을 끝내 `지역구 표밭'에 마음이 가 있는 의원들의 식어버린 열기를 반영했다. 참여연대 김민영 의정감시국장은 "이번 국감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탓에 의원들의 준비가 소홀했고, 민주당 분당 등으로 각당이 정쟁에 치우치면서 과거 어느 국감보다 질이 낮았다"고 평가했다. 한나라당 박진(朴振) 권영세(權寧世) 의원이 과기정위 국감에서 휴대폰 도감청의혹을 파고 들어 정부로부터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휴대폰의 비화기술을 개발중'이라는 답변을 이끌어 내는 등 일부 초선의원들의 활약이 돋보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의원들이 어려운 정책국감 보다는 손쉬운 정치공세에 매달렸다는 것이 국감현장을 지켜본 시민단체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아울러 민주당 분당과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탈당에 따른 `무(無)여당의 신(新)4당체제 재편으로 한나라.민주.자민련 등 거대야당에 비해 `정신적 여당'을 자처한 통합신당의 세가 너무 미약해 여야간 전통적인 정치공방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원내 제1당으로 국감을 주도하게 된 한나라당은 당초 이번 국감을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주변 의혹을 파헤치고 참여정부의 국정혼선을 바로 잡는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정작 국감 현장에서는 노 대통령을 향한 정치공세에 치중,수권을 노리는 정책정당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당분열로 여당에서 졸지에 야당이 돼버린 민주당 역시 `정책야당'을 표방했지만국감보다는 당정비에 주력하면서 여당도 야당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을 보였고, 통합신당도 `새정치'를 보여주지 못한 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견제로 소수여당의 한계만 절감해야 했다. 이런 여건에서 의원들은 법사.정무.행자위 등 주요 상임위별로 `양길승 향응사건' `이원호의혹' `용인땅문제' 등 노 대통령 주변의혹과 `현대비자금' 사건 등과관련해 문재인(文在寅) 청와대 민정수석,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고문, 박지원(朴智元)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만 재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 주변의혹 규명을 위해 노건평(盧建平), 안희정(安熙正)씨등 노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인사를 무더기로 증인채택했지만 노씨 등은 절차상 하자 등을 이유로 불출석했고, 그나마 출석한 증인들도 대부분 `모르쇠'로 일관해 현행 국감제도의 한계를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은 국감 이후에도 대정부질문 등을 통해 `측근비리' 등을계속 정치쟁점화해 노 대통령을 압박한다는 방침이어서 청와대와 야당의 긴장관계는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공적자금, 부동산대책, 경제회복문제 등 민생과 경제분야에서도 각당 모두 `정책국감'을 공언했지만 정부의 정책수정을 이끌어낼 만한 체계적인 추궁이나 대안제시가 없어 이렇다할 `국감스타'를 배출하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재독학자 송두율(宋斗律) 교수 입국을 계기로 정보위, 문광위, 법사위 등에서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홍준표(洪準杓) 김용갑(金容甲) 의원 등은 송교수 입국과 관련해 `정부기획설' `정부내 친북세력' 등을 주장하는 등 여권에 대한파상적인 이념공세로 `한국판 매카시즘' 논란을 촉발해 송 교수 문제가 중반 이후최대이슈로 부상했다. 예년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한건주의식 폭로경쟁이나 의원들의 잦은 지각.이석,고성 등 구태도 여전했다. 특히 민주당과 통합신당은 분당으로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탓인지 국감장 지각이나 이석이 잦았다. 지난달 29일 정무위의 금융감독원 국감에선 국감시작이 6시간이나 지연되자 의원들이 증인으로 출석한 강금원(姜錦遠) 창신섬유 회장으로부터 "국감이 아니라 코미디다. 기업이라면 모두 파면감"이란 역공을 받는 망신을 당했으며, 독일인 의사폴러첸씨는 행자위 국감에서 "이런 고성은 평양에서 들은 이후 처음"이라며 국감장을 퇴장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현행 국감을 상시국감체제로 전환하거나 증인출석 강제성을 제고하기위해 관련법제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더욱 높아졌다. 국감모니터 시민단체인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 홍금애(洪錦愛) 공동집행위원장은 "효율적인 국감을 위해서는 각 상임위별 상시 국감제를 도입하고 국감을 인터넷으로 생중계해야 한다"며 "아울러 `국회에서의 증언및 감정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국감을 감사원 감사와 연계하거나 감사원의 국회귀속 등도 추진해야 한다"고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문병훈기자 bh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