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0일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공론에 부쳐 적절한 방법으로 국민의 재신임을 받을 것"이라고 밝혀 대통령을 재신임할 수 있는 법적 근거와 방법론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 헌정사상 대통령의 재신임 절차를 실제로 이행한 사례가 없을 뿐더러 노 대통령이 언급했듯 현행 헌법과 법률상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을 묻는 절차를 규정한 뚜렷한 명문 조항도 없어 재신임 방안이 마땅찮은 것이 현실이다. 국민투표의 경우 헌법에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외교 국방 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결정할 경우에 한해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어 대통령의 신뢰도 저하를 이유로 투표에 부칠 요건이 되느냐는 문제가 있다. 대다수 법조계 인사들은 부적절하다는 법리적 해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국민투표법은 국민투표 결과를 평가하는 기준이나 방식, 효력 등에 대해 자세한 규정이 미비하다. 여론조사는 지난해 대선 직전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가 후보단일화를 이뤄내는 방법으로 전격 도입된 선례가 있다. 그러나 당시는 정당의 대선 후보로서 어떤 의미에서 사인(私人)의 신분이었지만 지금은 일국의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이라는 점을 놓고 볼 때 여론조사는 신뢰성이 떨어지는 부적절한 방법이라는게 대다수 전문가의 의견이다. 공론조사는 노 대통령이 '공론(公論)에 부치겠다'는 표현을 썼고 사패산 터널공사의 진행 여부를 공론조사에 부치겠다고 선언한 적도 있어 관심이 가는 조사방법중 하나다. 공론조사는 여론조사와 달리 조사자들에게 현안에 관한 충분한 정보를 준 뒤 투표로 여론을 수렴한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1차 투표한 뒤 다시 그중 10분의 1 가량을 성비ㆍ지역ㆍ찬반을 고려해 2차 투표 대상자로 추출한다. 공론조사는 직접 민주주의에 의한 잘못된 판단을 최소화하고 전문가의 식견을 일반인에게 전파시켜 원만하고 합리적인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 그러나 조사의 주체, 절차 등을 놓고 정치권 등 이해관계자가 개입할 여지가 크고,아직 한번도 국내에서 이뤄지지 않은 방법이어서 사회적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