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건(高 建) 국무총리와 4당 정책위의장이 7일 정책협의회 정례화에 합의한 것은 신4당체제 출범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으로 형성된 새로운 정치환경에 따른 정부와 국회간 새로운 관계설정으로 풀이된다. 이를 반증하듯 이날 오후 국회 국무위원 대기실에서 상견례를 겸해 개최된 첫 정책협의회에서 고 총리는 김진표(金振杓) 부총리겸 재경장관, 박봉흠(朴奉欽) 기획예산처장관, 성광원(成光元) 법제처장 등과 나란히 앉고 맞은 편에 한나라당 이강두(李康斗), 민주당 김영환(金榮煥), 통합신당 정세균(丁世均), 자민련 정우택(鄭宇澤)의장이 자리를 잡았다. 고 총리와 4당 의장은 이 자리에서 추경안의 조속한 처리에 합의하고 "정부와 국회의 관계를 새로운 정치환경에 걸맞게 재정립, 국정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하자"고 한목소리를 내 일단 순항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각론 부분에 대해선 다소간 이견이 노출된데다 민주당과 통합신당간 신경전도 엿보였다. 고 총리는 "신4당체제라는 정치환경으로 국민이 국정차질을 우려하고 있는 만큼 4당 의장님들에게 정책현안을 직접 설명하고 고견을 들어 국정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2차 추경안의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또 김진표 재경장관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정기국회내 처리와 외국환평형기금 재원확대를 요청했다. 이에 이강두 의장은 "행정부와 입법부가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는 계기로 삼아 정부와 각당이 정책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을 갖춰나가자"며 추경안의 조속한 처리에 뜻을 같이하면서도 FTA 비준동의안과 외국환평형기금 재원확대 문제는 추후에 논의하자며 즉답을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장은 또 "경제회복을 위해서는 노사평화가 시급한 만큼 정부가 노사안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 고 총리로부터 "15일 정책협의회때 노동부가 마련한 노사개혁안을 보고하겠다"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김영환 의장은 "집권당의 분열로 총리를 번거롭게 하고 정치권의 분열로 국민이 불안해 하고 있어 총리와 국민에 죄송하고 민망하다"면서 "청와대와 정부는 갈등을 최소화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뼈있는 말은 던졌다. 이에 대해 정세균 의장은 "정치적인 큰 변화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평가되고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잘모르겠으나 앞으로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여러가지 국가적인 난제 해결에 동참하겠다"고 응수했다. 정우택 의장은 "정부의 대국회 전략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정책을 제대로 수립하고 이를 일관되게 추진하는 게 제1의 과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서울=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