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이번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의 참석은 다자간 정상외교 무대의 첫 데뷔라는점에 의미가 있다. 지난 5,6,7월 매달 한번씩 가졌던 미.일.중 정상회의가 개별 양자회담이었다면7,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이번 `아세안+3' 회의는 여러 정상들을 동시에상대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형태의 정상외교라고 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의 기간에 아세안 10개 회원국과 중.일 등 12개국 정상들과 전체회의를 갖는 것은 물론 소그룹별 미팅과 개별회담 등 총 19개의 공식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북핵 문제와 같은 긴박한 이슈를 놓고 협상을 하는 담판성 회의는 아니지만 취임 후 처음으로 다자 정상외교 무대에서의 역량을 과시하고 검증받는 자리인 만큼결코 만만히 볼 자리는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노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의에서 가장 큰 비중을 두는 부분은 한.중.일 3국 정상회의로 볼 수 있다. 지난 99년 고(故)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의 제의로 시작된 한.중.일정상회의는 당초 조찬을 겸한 비공식 회의로 출발했으나 2002년부터 공식회의로 격상되면서 경제.문화.인적 교류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다각적인 의견교환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북핵 등 안보문제도 본격적으로 협의되고 있고, 북핵 2차 6차회담개최에 대한 당사국들의 의견이 조정되지 않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회의의 중요성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이번 5차 3국 정상회의의 순번 의장국으로서 회의를 주재하게된다. 게다가 동북아 중심국을 표방하며 3국간 경제협력의 교량역을 자임해온 노 대통령으로선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인 구상을 제시해야 할 상황이기도 하다. 한.중.일 3국 공동선언문 성사를 위해 우리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이런 배경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 이번 정상회의의 또다른 관심사는 한.중.일 3국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문제다. 3국 모두 원론적으론 지지를 하고 있으나 일본과 중국이 상대적으로 더욱 적극적이다. 반면 한국은 현 상태에서 3국간 FTA로 직행할 경우 문제가 적지 않다는 인식을갖고 있다. 지역간 산업구조의 분화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데다 칠레와의 협정에서나타난 것처럼 농업 등 취약산업의 구조조정이 큰 문제가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또한 국제적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는 환율 문제는 더 복잡하고 민감한 이슈라고 할 수 있다. 미국측은 `약(弱) 달러' 정책을 기조로 위앤화 절상 등 한.중.일 3국 모두에 직간접적인 평가절상 압력을 넣고 있다. 물론 미국의 주타깃은 중국이다. 더욱이 3국모두 수출주도형 경제체제여서 `3국 공조'가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있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기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