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업지구(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에 세금을 미국 달러로 납부하도록 결정한 배경이 궁금증을 낳고 있다. 북한이 1일 공개한 '개성공업지구 세금규정' 제1장 11조(세금의 계산과 납부 화폐)는 "공업지구에서 세금의 계산과 납부는 미국 달러로 한다"고 규정했다. 북한은 지난해 12월부터 외화 결재수단을 미국 달러에서 유럽연합(EU)의 유로화로 바꾸는 등 유로 비중을 점차 높여가고 있다. 더욱이 북한은 그동안 개성공단 건설과 경의ㆍ동해선 철도연결, 금강산관광 등 남북협력사업에 미국이 사사건건 '훼방'을 놓고 있다고 비난해온 터여서 세금을 미 달러로 납부토록 결정한 조치가 더욱 눈길을 끈다. 북한의 달러화 납세 결정은 남한을 비롯한 외국기업들의 경영상 불편을 최소화하는 일종의 투자 유인책이며, 내부적으로는 7.1경제개선 조치 이후 확산하고 있는 '달러벌이' 열기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개성공단에는 유럽보다는 남측과 미국, 일본, 동남아 등 주로 달러 사용권의 기업들이 입주를 희망하거나 문의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북측도 이들 지역의 기업들이 입주할 것으로 예측, 경영상 편리를 도모하려는 이런 조치를 내놨다는 설명이다. 평양에 합작공장을 운영 중인 IMRI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세금을 달러로 납부하도록 결정한 것은 입주업체들의 편리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황 선문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개성공업특구 지정목적은 기본적으로 한국기업의 진출에 따른 외화수입에 있다"면서 "북측의 세금규정은 한국기업의 개성공단투자 유치의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북한당국의 달러벌이 의지도 달러화 납세 결정을 이끌어낸 주요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남측 관광객에게 평양 문호를 개방했고 주요 관광코스에 매대(간이판매점)를 설치해 관광객들이 이 곳을 꼭 거쳐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특히 매대 종업원들은 달러를 선호하고 있고 심지어 달러로 계산하면 값을 깎아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는 대외 결재수단이 공식적으로는 유로화이지만 내부적으로 달러화가 광범위하게 유통되는 등 달러 선호도가 매우 높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 관계자는 "북한은 개성공업지구를 자본주의경제 학습장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개성공업지구가 본격 출범하면 북한의 대외 이미지가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three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