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이미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는 등 상당히 의미있는 변화를 보이고 있으며 주체사상도 재해석의 방식으로 변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정세현(丁世鉉) 통일부 장관이 밝혔다. 정 장관은 30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코리아소사이어티 주최로 열린 초청 강연에 참석해 `한국과 그 너머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주제로 연설한 뒤 "북한의 주체사상이나 선군정치 등의 이념이 바뀔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 같이 대답했다. 정 장관은 "남한을 방문했던 북한 대표단이 `(김일성) 수령께서 자본주의를 공부하라고 지시했으나 선배들이 지키지 않아 이제야 공부를 하게됐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면서 99년 이후 북한이 시장경제 요소를 적극 수용하는 등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군정치에 대해 정 장관은 "일종의 군사독재 이념으로 볼 수 있으나 북한의 2천300만인구 가운데 가장 양질의 인력 117만이 군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거대한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논리라고 봐야 한다"면서 "특별히 공격적인 의미로 볼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체제의 변화는 ▲상징적 변화 ▲의미있는 변화 ▲근본적이고 불가역적인 변화로 단계를 구분할 수 있고 북한의 경우는 두번째 단계인 의미있는 변화로 진입하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면서 "미국이 도우면 세번째 단계로 이행을 가속화할수 있을 것"이라고 미국의 대북 포용을 촉구했다. 정 장관은 "미국이 차기 6자 회담에서 새 대북 제안을 준비중인가"라는 질문에 "미국이 새로운 제안을 준비해 한국과 협의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 자리에서 공개할 수는 없고 회담 석상에서 북한에 먼저 전달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남한을 겨냥하고 있는 휴전선 인근의 대포 등 북한 재래식 무기의 후방 철수를 요구할 용의가 없느냐"는 질문에 "재래식 전력의 감축, 통제도 중요한 문제지만 과거 미국과 소련의 군비 통제 역사를 볼 때도 이 문제는 군사 긴장완화와 경제, 사회, 문화 등 다방면의 관계 심화를 통한 신뢰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다만 "일선 장병에서 수뇌부까지 북한 군부가 남북 경협을 통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점을 이제는 알게 됐고 대포가 배치됐던 자리에 남한측의 지원을 받은 금강산 관광지구나 개성공단이 들어서고 있는 실정이어서 대포를 비롯한 재래식 전력의 감축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질의, 응답에 앞선 기조연설에서 "6자 회담을 통해 미국과 북한이 견해를 교환하고 공통분모를 찾기 위한 대화를 시작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면서"미국이 북한에 대해서는 이라크와는 다른 (외교 위주의) 접근법을 택하고 있어 한국에서 안보와 경제에 대한 우려는 완화됐다"고 밝혔다. 첫 6자 회담 직후 북한이 미국이나 차후 회담에 대해 부정적인 언급을 한 것과 관련해 정 장관은 "북한의 의도를 깊이 분석해보면 자신들의 언급과는 반대로 대화를 지속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은 분명하고 북한의 이런 대응은 차기 회담에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술로 풀이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은 "서울과 워싱턴의 정보기관들은 북한이 공언한대로 핵보유를 선언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장관은 "한국 정부는 모든 비상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으며 한미 양국은 북한 핵과 관련한 상황을 주시하고 있고 이에 관한 평가와 대처방안에 대해 정기적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