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부간 한국군의 이라크 추가 파병문제에 관한 실무협의가 구체적으로 진행되면서 정치권의 찬반 논란도 불붙을 전망이다. 특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파병에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파병 찬성의 경우 의견을 공개표명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현상은 여전하지만,최근 국회 국방위 국감장 등을 통해 찬성론도 서서히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전투병을 파병하더라도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따른 평화유지군이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인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어떤 형식이든 적극 파병해야 한다, 의무.공병대 등 비전투병을 보내야 한다, 어떠한 명목이든 추가 파병은 안된다는 등 제각각으로 갈려 어느 한쪽으로 수렴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의원들의 찬.반 주장은 `1여 3야'의 단순한 틀을 벗어남으로써 앞으로정부가 공식입장을 발표하더라도 한동안 큰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일부 외신은 파병문제에 대한 한미간 입장이 좁혀지고 있다고 보도하고 나섬으로써, 국내에선 한미간 협의 내용을 포함해 정부의 입장이 무엇인지 밝히라는요구가 높아지는 것으로 파병 논란이 본격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 공식 입장은 미국의 요청내용, 유엔의 입장, 정부방침 등을 확인한 뒤 국내여론을 감안,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도부와 중진들은 한미관계와 국익에 무게를 두고 추가파병이 불가피하다는 데 대체로 공감하면서, 유엔 안보리 결의가 대국민 설득에 도움이 될 것으로기대하고 있다. 박세환(朴世煥) 의원은 "남북한간 군사적 긴장완화가 가시화되기전엔 주한 미 2사단을 재배치하지 않는다는 한미간 합의하에 추가파병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와 연계를 주장했다. 반면 소장파는 추가파병에 부정적이거나,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당론을모으는 데 진통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쇄신모임 간사인 남경필(南景弼) 의원은 "전투병이라면 국민이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고, 서상섭(徐相燮) 의원은 "이라크전의 명분이 없는데 전투병을 보내는 것은 명분없는 전쟁에 동조하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민주당 = 국익 차원에서 적극 파병해야 한다는 의견에서 비전투병도 파병해선안된다는 의견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한 가운데, 전투병 파병에 찬성하는 의원들도 평화유지군 형식이 돼야 한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반전평화의원 모임의 김영환(金榮煥) 정책위의장은 "개인적으로 추가 파병은 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공병과 의료부대 등 비전투병을 파병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한다는 의견도 있어 충분히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최명헌(崔明憲) 의원은 "당내에서도 반대여론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국익차원에서 파병하는 쪽으로 당론이 결정돼야 한다"고 적극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다국적군이든 유엔평화유지군이든 결국 파병한다는 사실은 마찬가지"라면서 "남을 도울 때는 화끈하게 도와주고 우리가 어려울 때 도움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통합신당 = 개혁.진보성향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 개인적으론 파병 반대 비율이 4당가운데 가장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정부가 파병을 선택할 경우 이를 뒷받침해야 하는 실질적인 여당으로서 당내 의견 수렴 과정이 주목된다. 지도부는 대체로 평화유지군이라면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김근태(金槿泰) 원내대표도 개인적으론 반대이나 당론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김성호(金成鎬)의원을 비롯한 반전평화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소장파 의원들은 부정적이다. 이같은 견해차가 갈등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통합신당은 일단 소속의원이 개별적으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을 자제토록 했다. 정세균(丁世均) 정책위의장은 "이라크 정부조사단이 돌아온 후 파병 형태와 내용, 규모, 현지상황을 종합 고려해야 당론을 정할 수 있다"고 신중론을 폈다. 김성호 의원은 "유엔 결의없이 미국의 일방적인 주도에 의한 다국적군 파병은 통합신당의 정체성과 이념에 위배되는 것"이라면서 "평화유지군의 경우 유엔이 관할하는 평화유지군인지, 아니면 유엔 모자만 쓴 것인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자민련 = 보수정당을 자임하는 입장에서 한미관계와 국익을 위해 평화유지군 형태로 파병해야 한다는 데 대체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나, 공개적인 입장 표명은 유보하고 있다. 자민련 유운영(柳云永) 대변인은 "유엔안보리 결의를 거치는 평화유지군 형태가 바람직하며, 그 결정이 나오지 않은 현단계에서 추가파병에 대한 찬반논쟁을 벌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민영규 고일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