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26일 윤성식(尹聖植) 감사원장 인준안을 부결시킴으로써 정국은 상당기간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5일 기자브리핑을 통해 국회의 협조를 간곡히 호소했음에도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 대다수가 부결에 가세함으로써 이미 냉각상태인 청와대와 이들 정당간 관계는 동결 상태로 급직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노 대통령은 김두관(金斗官) 전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에 이어 4당체제 출범후 첫 인준안도 국회 통과에 실패함으로써 앞으로 국정운영에 큰 부담을 질 수밖에 없어 국정운영의 방향과 틀에 대한 전반적인 수정여부가 주목된다. 이날 감사원장 인준안 부결에서 나타난 찬.반 분포는 앞으로 새해 예산안 심의와 이라크전 파병문제, 위도 핵폐기장 문제, 선거법 등 정치개혁 입법, 각종 민생입법 등 주요 국정현안 처리과정에서 재연될 가능성이 높아 내년 총선까지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험로를 거듭할 것임을 예고했다. '정신적 여당'인 43석의 통합신당이 찬성당론을 갖고 투표에 임했지만, 부결을 막기엔 역부족임을 드러내는 등 소수파로서 한계를 여실히 보여줬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신당이 세 확산 경쟁을 계속하고, 노 대통령의 당적 정리 문제가 정치적 현안으로 걸려 있는 상황에서 이날 표결 결과는 노 대통령과 민주당간 불편한 관계를 더욱 심화시킬 전망이다. 표결에 참여한 의원 229명 가운데 찬성은 87표로, 통합신당 43명과 개혁국민정당 의원 2명에 한나라당 의원 일부가 찬성에 가세했다고 가정할 때, 민주당에선 신당파 전국구 의원 7명을 포함해 30-40명 정도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비록 이유는 달랐지만 부결 공조라는 결과가 나타난 셈이어서 앞으로 국회에서 중요한 현안을 다룰 때마다 양당이 일부라도 공조할 경우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러나 윤 감사원장 후보가 자질 논란은 있었지만 비리 혐의 등 확실한 결격 사유가 없었다는 점에서 인준안 부결로 한나라당과 민주당 양당이 여론의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한나라당 지도부가 투표전 공식적으론 `중립' 입장을 강조하며 자유투표를 하도록 하고, 대신 일반 의원들이 반대론을 강하게 주장한 것도 부결시 `거대야당의 발목잡기'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 민주당 역시 지도부가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자유투표를 실시토록 했으나, 투표에 분당과 노 대통령의 잇단 민주당 비판 발언에 대한 의원들의 감정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인준안 표결 결과는 돌출적이기보다는 이미 현재의 정치구도에서 예고됐다는 점에서 정치권에 새로운 큰 변동을 낳기보다는 기존의 갈등구도를 더욱 분명히 재확인하고 심화하는 수준의 파장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