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4 07:36
수정2006.04.04 07:38
안기부(현 국정원) 자금 불법전용의혹 사건과 관련 한나라당과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측이 갈등을 빚고 있다.
강삼재(姜三載) 의원이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정계은퇴를 선언한데다 김덕룡(金德龍) 의원마저 검찰소환을 앞두게 되자 한나라당 일각에서 `YS 대선 잔여금설'을 공개 거론하고 나섰고, 이에 YS측은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며 한나라당의 대응을 비판했다.
한나라당에서 총대를 멘 것은 홍준표(洪準杓) 의원. 전날 법사위 국감에서 "'안풍'사건의 돈은 YS대선잔금"이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던 홍 의원은 26일 기자들과 만나 "이젠 YS가 나서서 밝혀야 하며 YS가 나서지 않으면 한나라당이 다 죽는다"고 YS를 거듭 압박했다.
홍 의원은 또 "내달 6일로 예정된 대검찰청, 대법원, 법무부 국감에서도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그동안 당내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면서 말을 못해 답답해 했던 것을 홍준표 의원이 말한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현경대(玄敬大) 의원 주재로 열린 당발전특위 모임에서도 "이젠 YS가 나서서 밝혀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이를 최병렬 대표에게 전하기로 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YS에 대해 비교적 동정적이었던 `PK(부산경남) 정서'를 의식, 상도동 눈치를 봐왔던 한나라당이 본격적으로 `탈YS노선'으로 나서는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내년총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YS와의 관계, PK정서의 향방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한 소장파 의원은 "총선을 앞둔 시점에 PK 민심을 감안한다면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YS에게 적절한 고려없이 압박만 가했다가는 한나라당 텃밭인 PK민심의 이반과 신당에 대한 YS 지지선언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가 YS를 직접 거론하는 것을 피하면서 "계좌추적을 실시해야 한다"며 계좌추적 관철을 통한 `법정투쟁'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도 YS와 PK민심을 감안해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상도동측은 "잘못된 정치적 재판에 대해서는 정치적으로 강력하게 투쟁해야 한다"면서 "대선자금, 정치자금 얘기를 하는 것은 잘못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YS의 대변인격인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 의원은 "안풍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자금을 밝힌데 대한 정치보복이고 표적사정이며 김덕룡의원 소환 방침은 제1야당 흔들기를 통해 정치적 변화를 노리는 기획사정"이라고 규정한 뒤 한나라당의 정치투쟁을 주문, 대선잔금을 언급하며 YS측을 압박하는 한나라당에 불만을 터뜨렸다.
박 의원은 "잘못된 정치재판에 대해 바로잡을 생각은 않고 정치자금, 대선자금을 언급하는 것은 자중지란만 생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도동의 다른 관계자도 "이번 판결이 증거재판이 아니라 절차에 법적하자가 많은 정치재판이라는 본질적인 것을 부각해야지 YS 대선잔금 얘기가 왜 나오냐"면서 "YS가 선거때 당살림을 일일이 다 한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서울=연합뉴스) 민영규기자 youngky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