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난 2001년 빌 클린턴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북한을 방문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고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前) 미국 국무장관이 16일 출간된 회고록에서 밝혔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마담 세크러테리(MADAM SECRETARY)'라는 제목의 이 회고록에서 2000년 10월 북한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서 받은 인상과 김대중 전 대통령과 얽힌 일화, 미북 정상회담이 무산한 경위 등을 소상히 밝혔다. 올브라이트 전장관은 "김대중 전 대통령은 (클린턴) 대통령에게 평양행을 강력히 촉구하면서 김정일이 그 방문을 성공(적인 방문)으로 만들기를 원하는 점을 확신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우리는 너무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비정상적인상황에서 움직이고 있었다"면서 "의회와 전문가 그룹의 많은 사람들이 북한과 하는거래가 국가미사일방어(NMD)의 구축의 명분을 약화시킬 것을 우려했기 때문에 그 정상회담에 반대했다"고 말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이어 "다른 사람들은 그 정상회담이 북한의 악한 지도자들을 `합법화'해줄 것이라고 말해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1972년 중국 방문과 워싱턴-모스크바간 여러 정상회담이 만든 전례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람들은 클린턴 대통령의 임기말이 다가와 북한과 정상회담을 추진하기는 시간이 너무 늦었기 때문에 그 추가 협상작업을 후임자에게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 그래서 클린턴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후보가 2000년 대통령 선거의승자로 선언됐을 때 부시 당선자에게 평양과 하는 정상회담을 반대할 지를 물었다. 부시 당선자는 그것은 빌 클린턴 대통령의 결정이었으며 우리는 한번에 하나만의 최고 행정책임자를 갖는다고 대답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중동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북한을 방문하는 방안과 중동평화의 마지막 중재노력을 하는 방안 사이에서 고민하다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미국을 방문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북한측은 국제외교관례에 어긋나는 이 급박한 제안을 거절했고 결국 미북 정상회담은 무산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또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을 만났을때 바츨라프 하벨 전 체코 대통령이나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처럼 감옥에서 대통령직까 지 불가능할 것같은 여행을 한 사람들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모두 구금된 시간 에 정치와 삶에 대한 뚜렷한 철학을 개발했다는 것이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북한의 경제적인 약화 ▲김대중의 대통령 당선 ▲북한 의 군사력 증강 등 3가지 요소 때문에 당시 북한과 무력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고위 급 노력이 필요하며 그 노력의 시기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했다. 김정일 위원장은 2000년 10월 북한 군부의 2인자인 조명록 차수를 보냈다. 조차 수는 클린턴 대통령에게 평양을 방문해달라고 초청했으며 대통령은 그 제안을 검토 해 보겠다고 대답했다. 조명록 차수의 임무는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 확보가 전부인 것 같았다고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말했다. 그러나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일종의 준 비 방문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자신을 평양으로 초청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가 평양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을 때 김 위원장은 미국이 보내준 인도주의 적 지원에 감사를 표시하고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희망했다. 김 위원장은 " 만일 양측이 진심이고 진지하다면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는 것. 김 위원장은 미사일 발사시험에 대해 평화적인 통신위성을 발사하려는 요구 때 문에 그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나 만일 다른 나라가 그 위성을 북한을 위해 궤도에 올 려주는데 동의한다면 미사일이 필요없다고 말했다. 미사일 판매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외화가 절박하게 필요하기 때문에 시리아 와 이란에 미사일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돈을 얻기 위해 수출하 기 때문에 만일 당신이 보상을 보장해준다면 그것은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이에 대해 "위원장, 우리는 50년 동안 당신의 의도를 우 려해왔기 때문에 우리는 당신의 미사일 생산을 우려했다. 그런데 당신은 이제 그것 이 그저 외화를 얻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은 "그것은 외화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또 주체 프로그램의 일부로 우리 군을 무장한다 "고 말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은 북한 군은 한국의 능력을 우려하지만 만일 한국이 사거리 500㎞의 미사일을 개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다면 자기들도 안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김 위원장은 또 소련의 붕괴, 중국의 개방 으로 두 나라와 북한의 군사동맹이 사라졌다면서 북한 군은 장비를 현대화하기를 원 하지만 만일 충돌이 없다면 무기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또 북한에 컴퓨터가 얼마나 많이 있느냐는 질문에 수십만대이며 그 중 3대는 자신이 갖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는 국무부의 웹사이트 주소를 묻기도 했 다. 김 위원장은 이어 자신의 통역이 "김대중의 통역만큼 훌륭하냐"고 물었으며 올 브라이트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의 통역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 "김대중은 내 가 들어본 중 최고의 통역자들중 하나를 갖고 있으며 그 통역은 여자인데 당신의 통 역도 똑같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 위원장의 표정이 밝아졌으며 통역의 표정도 역시 환해졌다는 것. 김 위원장은 또 더 많은 북한 주민들이 영어를 하기를 원했으며 만일 한국계 미 국인들이 와서 영어를 가르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전했다. 미국측은 북한측에 일련의 질문을 서면으로 주고 전문가들이 이 질문을 검토해 보고 그날 중으로 대답을 해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그 질문 목록을 달라고 하더니 즉석에서 자기 옆에 있는 전문가들과 상의도 하지 않고 그 질 문에 대답을 해내려갔다. 그 질문들은 ▲미사일 수출 금지가 새 계약은 물론 기존의 계약까지 적용되는 지 ▲미사일 수출금지가 포괄적이고 모든 미사일 관련 물질과 훈련, 기술에 적용되 는 지 ▲한국이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에 가입한다면 북한도 가입할 용의가 있는 지 등이었다. 김 위원장은 또 올브라이트 전 장관에게 주한미군에 대한 북한 정부의 견해가 냉전후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군이 이제는 안정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자기 군부내에는 미국과 관계를 개선해야 하는 지에 대한 의견이 반반 으로 갈려 있으며 외무성내에서도 미국과 대화에 반대한 사람들이 있었다고 설명했 다. 김 위원장은 "이곳에는 미군이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으며 한국에도 미군의 존재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면서 그 해결책은 미북간의 관계정상화에 있다고 말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북한 방문을 끝내고 생각해보니 김 위원장은 무엇보다도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원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즉, 김 위원장은 그것이 미국이 주는 위협을 막아 그의 나라를 지킬 수 있고 세계의 눈에 자신이 진지하게 보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우리가 가진 최고의 지렛대는 북한의 (대미) 관계정상화 요구"라면서 "우리는 우리의 모든 조건이 충족되기 전에는 그 요구를 들어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또 미국이 김 위원장과 직접 대화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 고 실제적인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며 북한의 경제적 곤경을 이용해 그 지역과 세계 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협상을 몰아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2003년의 북핵 상황은 1994년과 별로 다르지 않다면서 대 북정책의 4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는 대북정책이 입증할 수 있는 비핵한반도로 귀결돼야 하고 핵보유국 북한을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며 둘째는 북한에 대한 보상 이 아닌 핵확산과 전쟁위험을 방지하는데 필요한 수단으로서 북한과 직접대화 용의 를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번째는 미국의 동맹국들과 전면적인 조정 속에서 대 북정책이 이행돼야 하며 넷째는 대북정책이 시간적으로 긴급히 이행돼야 한다는 것 이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2002년 11월 민간인 신분으로 다시 한국을 방문해서 청와 대를 방문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건강은 좋았지만 그의 걸음은 매우 어려워보 였다. 김대통령은 많은 사람들이 햇볕정책을 실패로 보는데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면 서 "모든 것이 그렇게 빨리 변하리라 예상하지 못했지만 우리는 기반을 놓았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북한의 핵개발에 대해 "그것은 무척 걱정스러운 문제"라면서 "북한 은 미국이 핵무기 없는 세르비아를 어떻게 했는 지를 봤고 국제경고에도 불구하고 핵무기를 입수한 파키스탄이 지금 미국의 동맹국이 된 것을 보고 파키스탄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우리는 당신 행정부의 마지막 시기에 돌파구를 가질 최고의 기회를 만났다"면서 "나는 클린턴 대통령과 당신이 보여준 지지에 항상 감사한다"고 말했다 고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회상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대영 특파원 k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