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추가 파병요청이 공식 확인되면서 파병문제가 공론화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국회도 17일 관련 상임위를 열고 파병문제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한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위원장 서정화)와 국방위(위원장 장영달)는 이날 오후 각각 윤영관(尹永寬) 외교통상장관과 조영길(曺永吉) 국방장관을 출석시켜 파병 요청시기와 경로, 이에 대한 정부 입장 및 파병시 활동 계획 등을 추궁한다. 특히 국회 차원에서 처음으로 파병문제를 논의하는 이날 두 상임위 회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의 파병문제에 대한 정부입장 논의를 하루 앞두고 열린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회의에 앞서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의원들은 파병문제에 대해 당적을 떠나 찬반 엇갈린 입장을 보여 회의에서의 치열한 공방을 예고했다. ◇통외통위 = 의원들은 무엇보다 이라크 추가파병 문제로 지난번 파병때처럼 국론이 분열되는 일이 발생해선 안될 것임을 지적, 국민적 합의를 강조하며 이를 위해 파병문제를 둘러싼 한미간 논의과정에 대해 철저히 공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나라당 박원홍(朴源弘) 의원은 "한미동맹을 공고화하고 주한미군 철수 논란 및 한반도 방위문제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는 등 국익신장을 위해 유엔결의와 상관없이 바로 파병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찬성론을 제기했다. 민주당 유재건(柳在乾) 의원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겠지만 파병에 긍정적 면이 있다고 본다"면서 "파병활동의 주된 양상이 치안유지가 될텐데 이를 통해 국제적 위상도 제고하고 민간기업의 복구사업 참여를 통해 어려움을 겪는 경제에도 도움이 될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유흥수(柳興洙) 의원은 "함부로 쉽게 동의할 수 없는 사안으로 여러가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한미동맹관계 등을 고려해 파병이 불가피하더라도 유엔 등의 결의로서 국제적인 뒷받침이 돼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그는 특히 "파병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위해선 이라크 재건사업 참여 보장, 북핵문제 평화적 해결을 위한 진일보 조치 등 파병시 우리가 얻게될 국익에 대해 구체적인 보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 이창복(李昌馥) 의원은 "유엔 평화유지군이 아니라 현재 미국이 추진하는 `유엔의 이름만 빌린' 다국적 군에 참여한다는 것은 미국의 침략전쟁에 면죄부를 주는 것일 뿐"이라며 "위험천만한 이라크 추가파병 논의에 반대한다"고 반대입장을 분명히했다. 특히 그는 "어설픈 국익론을 앞세워 파병을 추진할 경우 한국은 거듭되는 파병의 늪으로 빠져들 위험성이 매우 높다"면서 "유엔이 미국의 역할을 실질적으로 대체한다는 조건하에서만 파병문제가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방위 = 의원들은 파병문제를 둘러싼 국론분열과 혼란을 우려, 정부의 조속한 입장표명을 요구하고 특히 NSC 상임위원회에서 이 문제를 다루기도 전에 청와대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이 반대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질타했다. 민주당 간사인 박양수(朴洋洙) 의원은 "한미동맹 강화와 북핵문제 해결, 전후 복구 참여 등 국익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으나 유엔 안보리 결의 여부와 이라크 현지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추가파병문제는 1차파병때처럼 국론이 분열되는 일이 없어야 하는 만큼 정부가 먼저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국민을 설득해야 할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이만섭(李萬燮) 의원은 "유엔 안보리의 결의에 따라 평화유지군의 형태로 요청한다면 고려할 수 있겠으나 아무리 동맹국이라고 할지라도 미국의 일방적 추가파병 요구에 쉽게 응해서는 안된다"면서 "정무수석이 사견운운하며 입장을 밝힐 게 아니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분명한 입장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간사인 박세환(朴世煥) 의원은 "현지 외교관 등의 말에 따르면 미국이 추가파병을 요구하는 이라크 북부지역은 접전이나 충돌 가능성이 있는 만큼 파병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청와대 유 수석의 발언에 대해서는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면서 "여론 떠보기용이 아니냐"고 분석했다. 최근 이라크에서 활동중인 서희.제마부대를 방문한 같은 당 이경재(李敬在) 의원은 "현지에서 활동중인 한국군은 이라크인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고 있었다"면서 "이라크 상황에 대해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며 우회적으로 파병찬성 입장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 민영규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