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전투병력 파견 요청을 둘러싼 정치권의 찬반논란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지난 15일 정부가 미국의 이라크 파병 요청 사실을 구체적으로 밝히면서 공론화에 들어간 추가 파병 문제는 16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신중 검토' 입장이 발표된 직후 유인태(柳寅泰) 청와대 정무수석이 `전투병 파병 불필요' 언급을 하면서 논란을 한층 가열시켰다. 내년 총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은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원내 1당인 한나라당은 `심각한 국론분열을 초래하기전에 정부가 조속히 결론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정부의 결단을 압박하고 있다. 반면 여야 소장파 의원들이 주축인 반전평화의원모임 소속의원 30여명은 17일 `파병반대 성명'을 채택해 조만간 발표키로 하는 등 구체적인 `행동'에 돌입했다. ◇ 민주당 = 신당파와 당잔류파 양측 모두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삼간채 내주중 여론 동향을 보아가며 의견 결집을 시도하겠다는 입장이다. 다수 의원들은 명분과 실리를 냉철하게 따지면서 `국익'을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유엔의 결의과정을 지켜보면서 `평화유지군'의 지위라면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신당파의 천정배(千正培) 의원은 "개인적인 생각들이야 여러 갈래겠지만 외교문제는 초당적 대처가 필요하다"면서 "특히 참여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해야할 신당에서는 여당답게 당론을 모아가야 할 것"이라며 `여당 책임론'을 강조했다. 잔류파의 강운태(姜雲太) 의원은 "전투병력 파병에 대한 국내의 부정적 여론 등을 미국에 충분히 설명하는 외교적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그러나 유엔의 결의과정을 지켜보면서 평화유지군의 성격이라면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장영달(張永達) 의원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기본위에서 이 문제를 봐야 한다"면서 "보병이나 특수부대 파병에는 반대지만 공병과 의무부대같은 인도주의적인 역할로 이라크 국민생활 안정을 도모해 나가는 일은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그는 특히 유 수석의 언급과 관련, "수석중에서도 전투병 파병에 대해 찬반이 있을수 있지만 가능하다면 청와대 수석으로서는 그런 발언들의 파장이 어느 쪽으로 갈지 등을 고려해 신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 노무현 대통령이 조속히 결론을 내린 뒤 국회와 국민의 동의와 이해를 구해야 한다는 기본 입장을 강력히 고수하고 있다. 특히 유인태 수석 발언에 대해서는 청와대내 이견 표출로 받아들여지면 국정에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고 비판하면서도 유 수석의 발언이 `파병 반대'에 대한 여론 떠보기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숨기지 않았다. 김영선(金映宣) 대변인은 "미국의 이라크 추가파병문제로 인해 1차 파병때보다 훨씬 심각한 국론분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조속히 이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고, 노 대통령은 원칙에 입각해 정도를 걸어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사덕(洪思德) 총무는 "청와대내에서 각각 다른 얘기들이 나오는가 하면 대통령과 동전의 양면에 있는 정무수석이 전투병 보낼 필요있느냐고 했다"면서 "대통령이 뒷전에 서서 책임있는 얘기를 하지 않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박세환(朴世煥) 의원은 "NSC 등의 공식 절차도 거치지 않은채 정무수석이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며 "사견임을 전제로 했지만 정무수석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개인적으로 얘기할 수 있느냐. 여론을 떠보기 위한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맹형규(孟亨奎) 의원은 "정무수석이 개인 의견으로 한마디 한 것을 가지고 난리칠 것 있느냐"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반전 평화의원 모임 = 김근태(金槿泰) 서상섭(徐相燮) 김원웅(金元雄) 의원 등 여야 의원 30여명은 "2차 파병은 명분도 실리도 없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들은 17일중 파병 반대 성명에 대한 서명 작업을 벌이기로 하는 등 본격적인 반대 여론몰이에 착수했다. 민주당 김영환(金榮煥) 의원은 "1차 파병때는 북핵문제가 걸려있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정비되고 있는 시점이고, 더구나 공병대 의료부대 파병과는 달리 젊은이들의 생명이 걸린 전투병 파병은 안된다"면서 "청와대는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국민들의 충분한 토론을 거친 뒤 국회가 완전하고 자유로운 크로스보팅을 통해 이를 저지해야 정부의 부담을 덜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호(金成鎬) 의원은 "명분없는 파병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면서 "최대한 많은 의원들의 동의를 얻어 파병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최이락 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