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은 17일 이라크 파병문제와 관련, 사견임을 전제로 "굳이 전투병을 파병할 필요가 있느냐"며 "나는 파병하지 않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개인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유 수석은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그런 차원에서 굳이 파병할 필요가 있느냐는 취지의 말을 주변에 했다"고 밝히고 "(파병이) 그렇게 쉽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 외교안보팀 전문가들이 이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내 개인적으론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고 "그러나 나 역시 정부와 마찬가지로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의견을 나눈 결과냐'는 질문에 "이 문제는 내 소관이 아니어서 대통령과 이에대해 얘기를 나눈 일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유 수석은 이에 앞서 전날 일부 언론사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으로 파병을 거부할 경우 오히려 노 대통령에 대한 국내지지가 더 올라갈 수도 있다고 본다"면서 "파병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쓸 수 있는 카드가 다양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우리도 민주주의 국가인데, 미국 요청을 국민 여론 수렴없이 그대로 따를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충분한 여론수렴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고, 가능한 한 최대한 늦추는 게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대목에 대해 유 수석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그런 말도 있다는 식의 얘기를 한 것이며, 내가 정확하게 그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 수석은 또 "비전투병이라면 몰라도 전투병까지 파병할 필요가 있느냐"며 "잘사는 나라도 많은데 (미국이) 우리나라와 같은 분단국가에서 전투병력을 빼도록 파병을 요청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동아일보가 이날 보도했다. 그는 "북한 핵문제도 한숨을 돌려 가닥을 잡은 상황인데 이 문제와 파병을 굳이 연계해 생각할 필요는 없다"면서 "청와대 안에서도 전반적으로 전투병 파병만큼은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고 말하고 "우리는 엄연한 주권국가인 만큼 미국이 시키는 대로 하거나 미국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은 유 수석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국제동향과 국민여론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한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라며 "유 수석의 말은 파병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부정적인 의견도 있음을 언급한 것이고, 유 수석의 입장도 신중하게 검토해 나간다는 청와대 입장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기자 marx0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