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추가파병 여부에 대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간단한 문제가 아닌 만큼 각별히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함으로써 정부의 결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다만 내달 20-21일 태국 방콕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이뤄질 한.미정상회담을 감안하면 파병 여부에 대한 입장은 그 이전에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정부내 의견조정과 국민여론 수렴을 병행하게 되며, 여기에 한.미정부간 협의도 곁들여진다. 국내적으로는 18일 라종일(羅鍾一) 국가안보보좌관 주재로 열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가 정부내 첫 공식 논의 자리가 된다. 이 회의에는 통일, 외교, 국방장관과 국가정보원장, 청와대 외교보좌관과 국방보좌관, NSC 사무차장,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 미국측의 요청내용과 국내여론 등 전반적인 상황을 1차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앞으로도 NSC 실무회의와 상임위, 국무회의 등 공식.비공식 논의를 거친뒤 노 대통령이 주재하는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열어 파병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나 그 시점은 내달 중순까지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특히 내달중 이라크에 조사단을 파견, 현지 실사에 나서기로 하고 국방부 실무선에서 준비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결정에는 그러나 무엇보다 국민여론이라는 변수가 크게 작용할 것인 만큼 정부의 국민여론 수렴 방식이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정치.사회권의 찬반 논란을 주시하면서 공식.비공식 경로를 통해 여론주도 그룹의 의견도 들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여야 정치권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 주도로 찬반 공론이 무성해지면서 지난 1차 파병때 이상의 국론분열이나 이념논란 양상도 빚어질 전망이나,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 등 사회 일각에선 국민투표에 붙이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으나 정부가 수용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특히 한나라당은 17일 "1차 파병때보다 훨씬 심각한 국론분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정부가 가급적 조속히 결론을 내려 국민과 국회의 동의와 이해를 구해야 한다"(김영선.金映宣 대변인)며 노 대통령의 조기 결단을 촉구했다. 이에 반해 반전평화의원모임의 김영환(金榮煥.민주) 의원은 "청와대나 대통령이 먼저 나설 일이 아니라 충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청와대와 대통령이 나서 국론을 모아가기 보다는 국민의 충분한 토론을 거치고 국회의 완전하고 자유로운 크로스보팅을 통해 국회가 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뜻 정부 결정과 국민 여론간 절차상의 문제 차이인 것 같지만, 실제론 파병찬반의 입장 차이가 스며들어 있다. 정부는 부처간 본격 검토에 이어 청와대와 국방부 중심으로 미국과 공식.비공식 채널을 통한 협의도 벌이게 된다. 위성락 외교부 북미국장은 "미국과 협의.조정 역할은 외교부가 하겠지만, 국내파트너는 국방부나 청와대가 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파병여부를 결정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어느 방향이든 결정 후 파장을 최소화하고 집행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일 것으로 예상된다. 파병을 결정하더라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파병동의안의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으며, 응하지 않을 경우 국내 안보.경제에 미칠 파장은 현재로선 가늠하기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 기자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