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관계자는 15일 이라크 파병 논란과 관련, "미국은 지난 3일 독자적 작전수행능력을 가진 경보병부대(Iight infantry) 파병을 요청했다"면서 "병력 규모에 대해 구체적 언급은 안했지만 (이라크에 파견돼 있는) `폴란드 사단'(Polish Division)'을 거론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이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 3-4일 서울에서 열린 미래 한미동맹 4차회의에 참석했던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 크리스토퍼라플레어 국무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 허바드 주한 미대사 등 3명이 청와대를 방문, 관계자를 만나 한국 정부가 이라크에 파병해줄 수 있느냐고 공식 요청해 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파병 규모에 대해 "미국측에서 구체적으로 몇명을 요청한다는 언급은 없었다"고 전제, "다만 저쪽(미국)이 상정하는 것은 대체로 `폴란드형 사단' 규모"라면서 "따라서 사령부만 있으면 사단규모로 본다는 의미이며 `풀 사이즈' 사단 규모인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특히 `폴란드 사단'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그는 "전체 규모는 (우리의 사단 개념이 아니고) 사단사령부와 통신, 수송, 행정 등 지원병과 여단으로 구성된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군 당국자는 `폴란드 사단'에는 19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병력 규모는 8천200명 가령이라고 전하면서 이중 폴란드 국기를 달고 있는 군은 1개여단과 사단사령부 인원을 포함해 모두 2천500명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라크내 특정지역을 맡을수 있는 규모를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대개 그런 내용인 것 같다"면서 "미국이 구체적으로 몇천, 몇만을 보내달라고 할 사항이 아니고 우리의 주권적 판단에 달렸으며 미국과 추가 협의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경비 부담에 대해 "만약 우리가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상황이 되면 자비부담일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국측에서 `셀프 서스태이닝(self-sustaining)을 언급했고, 그것은 경비와 작전을 독자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인만큼 우리측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파병군 성격과 체류기한에 대해 "전투병이라기 보다는 치안유지군 성격이 강하고 장기간 체류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미국이 조만간 이라크과도통치위원회(IGC)에 헌법제정과 통치권 등을 넘기는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한국군 파병 기간은) 거기까지 과도적 임무가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우리의 추가파병 문제는 우리 정부가 북핵문제 등 한반도 평화안정유지를 기본으로 삼고, 전통적 한미우호동맹 유지, 국제정세, 국회 등 국내여론을 총체적으로 판단해 신중히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미국측은 조속한 시일내 파병을 희망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의 주권적 사안이므로 우리가 독자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면서 "다만 APEC(아태경제협력체)에서의 한미정상회담 일정 등을 감안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파병 결정과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가 연계돼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현재 협의중이고 진행중인 미군 재배치 문제와는 전혀 별개"라면서 "부시 대통령이 최근 북핵문제에 유연성을 보이는 것이 이 문제와 연계돼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 기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