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 전투병의 이라크 파병이 이뤄진다면 우리군은 한미 양군간 최대 현안인 주한 미2사단과 용산기지 이전 등을 둘러싼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간 용산기지 이전과 주한미군의 특정임무 이양문제 등을 놓고 네차례에걸쳐 열린 `미래 한미동맹 정책구상' 회의가 한미 양측 입장차로 진통을 겪었으나미국의 파병 요청를 계기로 분위기가 급반전될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달라진 자세는 벌써 감지되고 있다.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하와이에서 열린 한미동맹 3차회의에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임무를 한국군에 완전 이양키로 했다가 지난 3∼4일 서울서 개최된 4차회의에서 이를 완전히 뒤집는 결정을 내렸다. 이미 합의한 사안을 두달도 채 되지 않아 미국이 우리측 요구를 전격 수용한 것은 이라크 파병 요청과 결코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전투병 파병이라는 엄청난 부담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한반도 안보협의에서 우리측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4차 회의 참석차 서울을 방문한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부차관보는 우리 정부 인사들을 만나 파병을 타진했었다. 미국의 반대 급부가 또 어떻게 나타날지는 일단 내달 초로 다가온 한미동맹 5차회의 결과를 지켜봐야 하나 미국측의 자세가 어떠할 지 예상은 가능할 것 같다. 미국은 한국에 이라크 추가파병 결심을 요구하는 대신 한국측의 요구들을 대폭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우선 2005년 8월 평가를 통해 우리측에 이양키로 한 북한 장거리포 부대 무력화를 위한 대포병 작전도 최대한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한미양국이 우리측 작전 능력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6개월 단위로 재평가하기로 한 만큼 막대한 비용과 안보공백을 우려하는 우리측 입장을 미국이 최대한수용하면 실제 임무 이양은 늦춰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용산기지와 주한 미2사단 한강이남 이전문제도 최대한늦추려는 우리측 입장이 관철될 가능성이 높고 용산기지 이전의 법적체계인 합의각서(MOA)와 양해각서(MOU)를 대체할 포괄협정 내용도 대폭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0년 작성된 MOA, MOU는 불평등 시비가 끊이지 않아 개정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한미연합사령부 등이 주둔하게 될 잔류 용산기지 규모도 우리측 요구로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미군은 용산기지의 절반에 가까운 40여만평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우리측은 "너무 큰 규모"라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우리측은 잔류시설 적합 규모를 현재의 10~20% 선으로 보고 있다. 군안팎에서는 전투병 파병문제가 거센 논란을 빚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왕파병하려면 국제정세와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 실리를 챙기는 방향으로 이른 시일안에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