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와 KBS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출연하는 방송을 둘러싸고 다시한번 엇박자를 냈다. 이병완 청와대 홍보수석은 2일 "노 대통령이 KBS 1TV '생방송 심야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국현안에 대한 토론을 벌이려 했으나 양측의 이견차이를 좁히지 못해취소됐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KBS는 노 대통령 취임 6개월을 맞는 시점에서 대통령을 초청해 출연시키는 '심야토론' 특집을 기획해 일 주일 전 청와대에 제안을 한 바 있어 형식상청와대 측이 KBS의 섭외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이 수석은 "주제에 대해 우리는 노 대통령의 지난 6개월간 국정운영 현황과 향후 정부정책, 국정비전 등을 생각했으나 토론 제작진은 코드, 스타일 등 주로 리더십 분야를 생각해 결국 협의 결과, 출연이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심야토론' 책임프로듀서인 이상요 부주간은 "취임 6개월을 맞아 대통령 이 출연하는 특집을 한번 꾸며보고 싶다는 제안을 했고 '협의해보자'는 답변에 한 차례협의를 했으며 그 과정에서 상호 이견이 없지는 않았다"며 미묘한 차이가 있었음을시사했다. 이같은 견해차는 청와대와 KBS 제작진이 노 대통령의 출연에 대해 서로 다른 의도를 가진 데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청와대 측은 노 대통령이 국정운영 방향과 향후 정부정책을 전파를 통해 여과없이 국민들에게 직접 알리고 설득하는 자리를 염두에 둔 반면, KBS 제작진은 대통령을 패널의 일원으로 초청해 다른 패널들과의 토론으로 국정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생각함으로써 양측의 이해가 맞지 않았다는 관측이다. 지난 7월에도 노 대통령의 KBS 1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주례 방송을 놓고 청와대측과 KBS 측이 이와 비슷한 이유로 이견을 보여 무산된 바 있다. 청와대 측은 연설형식의 녹음방송을 원했던 반면 KBS 측은 생방송과 토론 중심을 희망해 협의과정에서 성사되지 못했다. 당시 KBS는 '정권홍보'에 이용될 수 있다는 부담을 느꼈다. 그러나 이 책임PD는 토론의 성격, 주제, 포맷 등에서 의견차이를 좁히지 못했다는 청와대 측의 설명에 대해 "협의를 통해 조정할 수 있는 사안들인데…"라며 여운을 남겨 다른 배경이 작용했다는 추측을 낳고 있다. 청와대가 정치적 일정을 감안해 6일로 예정된 '심야토론' 출연이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치권에선 한나라당이 3일 민주당이 불참한 가운데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 통과시키고 노 대통령이 이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심야토론'에서 패널들이 민감한 사안에 질의할 경우 자칫 해임건의안 처리를둘러싸고 불거질지 모를 청와대와 야당의 긴장관계에 또다른 변수를 더하는 상황은피하자는 계산이라는 것. KBS 측도 한나라당이 KBS 사장 임명 때 국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 연내 처리 방침을 밝히는 등 KBS에 대한 견제를 늦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청와대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해 노 대통령의 출연을 받아들이기에 난감한 입장에 있는 측면도 노 대통령의 '심야토론' 특집 출연이 무산된 한 요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