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과 주변 4강이 북핵 문제의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인 이번 베이징 6자회담은 '최소한의 성과'는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6개국이 북핵회담의 유용성을 인식하고 회담을 계속하기로 합의한 것은 의미 있는 진전임에 틀림 없다. 특히 북핵 해법을 단계적,병행적,포괄적으로 한다는 데 합의한 것도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수혁 한국대표단 수석대표는 "병행의 의미를 사전적 의미 그대로 해석하면 된다"며 "그러나 민감한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회담기간 중 북한과 미국이 핵심 쟁점인 핵폐기와 체제보장에 있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평행선을 달렸음에도 대화테이블을 박차고 나서지 않은 것은 또다른 '작은 진전'이었다. ◆상호 이해의 폭 넓히는 계기=이수혁 수석대표는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며 차기 회담을 열기로 합의하고 북핵의 평화적 해결 원칙에 인식을 같이 한 점은 성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6자회담에서 북·미 양측은 완전한 접점을 찾지는 못했지만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위성락 차석대표는 "서로 정책방향을 파악하는 데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4월의 3자 회담과 지난해 10월 제임스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방북 때보다 심도있는 대화를 많이 나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비핵화를 지향하고 있다고 여러차례 밝힌 것이나 미국이 북한의 안보우려 해소 방안에 대해 거론한 것은 북핵해결을 위한 단초로 작용할 수 있다. 또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동결하고 미국이 대북 불가침 의사를 밝히는 이른바 '현상동결' 방안에 대해서 논의가 이뤄진 점도 되새겨볼 만 하다. ◆어려운 과정의 시작=이번 6자회담은 첫 회담이었던 만큼 탐색전 성격이 짙었고 참여국의 기대수준도 당초부터 낮았다. 차기회담 일정을 잡는 것이 목표였다. 추후 회담일정이 잡힘에 따라 10월로 예상되는 2차 6자회담에서는 본격적인 대화가 가능하게 됐다. 이번 회담을 통해 미?북은 서로 속마음을 상당부분 파악했고 북핵 문제의 특성상 시간 끌기는 자칫 상황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특히 북한이 요구해온 일괄타결,동시행동이라는 해법에 미국이 이번에 어느 정도 합의했는지가 향후 북핵해결 과정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회담에서 드러난 양측의 입장차로 볼 때 북·미 간 타협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켈리 미국 대표단 수석대표는 북한이 요구하는 불가침조약 체결에 대해 "적절치 않으며 필요하지도 않고 흥미도 없다"고 밝혀왔다. 한국과 중국의 중재 노력도 협상 진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수혁 수석대표는 "이번 회담에서 한국이 한·미·일 공조 및 북한과 미국의 입장을 상대에 이해시키는 식으로 중요하고 유익한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남북한과 주변 4강이 함께 대화의 틀을 통해 북핵을 해결하기 위한 기나긴 여정을 떠나기 시작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