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여야대표, 국회의장 등 4자회담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의가 분분하다. 4자회담이 비록 야당 대표가 제안한 것이긴 하나 원활한 정국운영을 위해 불가피할 것이라는 주장과, 청와대와 야당의 냉각기류를 감안할 때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다. 따라서 현재로선 회담 성사를 속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청와대와 야당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회담 성사 가능성이 50대 50으로 보면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당위론적인 차원에선 회담성사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이 다소 우세한 편이다. 16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를 앞두고 향후 원만한 국정운영을 위해선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논거에 바탕을 두고 있다. 특히 국방비 증액을 골자로 한 새해 예산안과 각종 민생법안 처리, 신임 감사원장과 대법관 인사청문회및 임명동의안 처리를 위해선 한나라당의 동의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일정한 시간이 지난 뒤 한나라당과의 접촉을 통해 4자회담 개최 문제를 타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높다. 실제로 한나라당 핵심당직자는 21일 "어제 유니버시아드대회 개막행사때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을 만나 잠시 얘기를 나눴다"면서 "최병렬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이제는 청와대 쪽에서 초청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더니 '알았다'고 하더라"며 "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른 고위당직자도 "구체적인 근거는 없지만 감으로 볼 때 회담이 열릴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일각에선 벌써부터 회담 형식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이를테면 한나라당 최 대표가 제의한 4자회담이 아니라 국회의장을 제외한 3자회동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국회의장을 배제한 3자회동을 제의한 민주당 정대철(鄭大哲) 대표의 체면을 세워주면서 청와대가 3자회동을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인 것이다. 여권 관계자도 "이번 회담은 국회의장이 참석할 자리는 아닌 것 같다"면서 "지금의 난국을 풀고 원만한 정국운영을 이끌어나가기 위해선 대통령과 여야대표간 직접 회담이 더 효율적이지 않겠느냐"며 3자회담쪽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노 대통령이 이날 최종영(崔鍾泳) 대법원장으로부터 내달 11일 퇴임하는 서 성대법관 후임자에 대한 임명제청을 받는 자리에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을 초청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물론 여야 사이에는 여전히 불신의 골이 깊다. 야당은 "기자회견때 회담을 제안했는데 또 무슨 제안을 하라는 것이냐"며 격앙된 반응이고, 청와대는 "대통령을 욕하면서 회담을 제의하는 의도가 뭐냐"고 불쾌하다는 표정이다. 이런 극한 감정대립의 기저엔 노사문제 해법에 대한 이견과 인공기 및 김정일(金正日) 위원장 초상화 소각에 대한 유감 표명 논란, 김두관(金斗官) 행자부장관 해임건의안 추진 등을 둘러싼 갈등도 깔려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을 잘못 뽑았다고 욕을 해대면서 무슨 회담이냐"면서 "회담 의제도 일방적으로 정하지 않았느냐. 회담을 하겠다는 자세가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야당이 진정 회담을 하겠다는 뜻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면서 "회담을 하려면 아무런 전제조건없이, 진지하고 상대방을 존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갈등 증폭 상황은 역설적으로 여야대화 재개와 정국안정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증대함으로써 4자 또는 3자 회담 개최를 외부적으로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 문병훈기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