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위기와 이라크전 발발, 금융시장 불안과 경제난 등 악조건속에서 탄생한 참여정부의 지난 6개월은 한마디로 낡은 관행의 틀을 깨는 파격과 긴장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 대통령은 검찰과 국정원 등 권력기관 독립성 강화, 인사혁신, 청와대 기자실개방 등 개혁조치들을 잇따라 내놓았다. 취임사에서 밝힌 `특권과 반칙'을 허용치 않고 `순리와 상식'이 통하는 평등사회로 변모시키겠다는 국정철학에 따른 것이다. 특히 국가개조와 지방분권, 소득2만달러 시대 달성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우고, 공직사회내 개혁주체 세력 구축과 발상의 전환을 통한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우리사회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은 이를 `다이내믹 리더십'이라고 부른다. 또 미.일.중 등 한반도 주변 3강 지도자들과 잇단 정상회담을 통해 집권초 최대난제였던 북핵 위기를 어느 정도 해소했고, 시장붕괴 방지에 주력해 아직 침체를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국제경제 호전 양상과 더불어 국내 경제의 하반기 회복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일부의 논란과 갈등 가운데서도 사회 각 분야의 중심축이 그동안의 산업화 세대에서 이른바 `386세대' `475세대'로 표현되는 30, 40대 젊은층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변화가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반세기 한국사회를 재단해온 군사문화와 3김정치로 상징되는 권위주의적 문화가 물러나고 새로운 문화 기풍이 조성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노 대통령의 지난 반년간 국정운영은 한마디로 시스템에 의한 운영과 탈(脫)권위 행보로 압축된다. 취임이후 줄곧 과거의 `인치(人治)' 폐단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재난관리시스템을 정비하고, 청와대 비서실장 역할을 축소하고 대신 정책실 기능을 강화하는가 하면, 행정 각부를 담당하는 수석비서관제를 폐지하고, 대신 책임총리제를 도입하는 한편 다단계 인사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국정 각 분야마다 시스템 구축에 주력해왔다. "참여정부에선 시스템이 1인자"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나, 실제로는 노대통령이 국정 전분야의 일선에 나서는 모습때문에 국민에게 `시스템'이 실감되기보다는 여전히 `인치' 인상을 주고 있다. 과거에 비해 대통령이나 특정 `실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현상은 상당히 완화됐지만 아직 시스템이 완전 작동하고 있지는 않다는 게 중론이다. 또 노 대통령과 참모진의 경험부족과 청와대와 정부부처간 유기적 협조체제 미비로 인한 `아마추어리즘' 비판도 제기된다. 노 대통령의 당정분리 원칙은 신당 논란과 책임정치에서 벗어나는 방패막이로 사용될 뿐 정책추진의 구심력 상실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는 비판이 여권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참여정부에선 대통령의 국정과제를 해결하거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정원과 검찰 등 권력기관을 동원하는 대신 끊임없는 토론과 대화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문희상 실장은 노 대통령의 `토론과 대화'에 대해 "통치는 코란과 칼을 갖고 하는 것인데, 칼은 버렸으니 남은 게 이데올로기 밖에 없다"며 "말까지 안하면 통치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노 대통령의 토론.대화는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지만, `대통령의 말'은 정부 정책의 마지막이어야 하는데도 정책선택의 고심단계부터 털어놓는 바람에 메시지가 혼선을 빚고, "대통령직 못해먹겠다" "`맛좀 볼래'하며 더 조진다" "막 하자는 거죠" 등의 거친 말투는 감정적 반발을 초래, 국정운영능력을 불필요하게 소모시킨다는 비판이 지지층내에서도 나온다. 게다가 전교조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거부, 새만금사업 중단, 양길승 청와대 부속실장 향응파문, 한총련의 미군훈련장 점거시위, 대법관 임명제청 파동, 국민연금법 논란, 하투(夏鬪)에 이은 추투(秋鬪) 예고 등 잇따라 터져나오는 사회적 갈등과 사건들 어느 하나 말끔하게 해결되지 못한 채 누적되는 양상을 보여 국정비판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노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향후 국정운영을 경제분야에 두되 중장기 성장동력의 확충, 동북아 경제중심 추진, 노사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라"고 지시, 앞으로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 토대 구축과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건설, 경제와 민생문제 해결에 국정 초점을 맞춰 나갈 것임을 밝혔다. 그러나 노 대통령을 둘러싼 여건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급격한 사회변화에 대한 보수층의 반발과 남남(南南)갈등, 북핵과 노사문제, 대형국책사업 등 쟁점현안에 대한 공감대 부족, 제한된 인재풀 등으로 인해 `노무현호'의 항로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거야(巨野)인 한나라당은 경제 및 정국해법 이견 등으로 날을 세우고 있고, 민주당과는 당정분리와 신당 문제 등을 놓고 냉기류와 갈등을 반복하고 있다. 이때문에 각종 경제.민생법안과 국방비 증액을 포함한 예산안 등 참여정부의 향후 정책을 뒷받침할 주요 입법과제를 다룰 올 정기국회도 험로가 예상된다. 게다가 내년 4월 총선까지 겹쳐 참여정부의 최대 목표인 국민통합도 망국적 지역감정의 악령에 다시 발목이 잡히는 분위기여서 총선때까지는 갈등구조가 계속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에 따라 이제는 구호와 토론보다는 실천과 행동, 코드맞추기보다는 능력중심운영 쪽으로 중심축을 이동하면서 보혁갈등 해소와 국민통합, 경제난 및 북핵문제 해결, 합리적 개혁에 국가역량을 집중시켜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기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