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식 축사에서 "앞으로 10년 내에 우리 군이 자주 국방의 역량을 갖출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천명해 자주국방을 향한 군의 노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군은 참여정부 들어 독자적인 대북 억지력 확보를 위한 첨단 정예군 육성을 핵심 목표로 하는 `자주국방 비전'을 마련, 중장기적으로 주한미군의 안보역량을 대체할 수 있는 첨단장비 도입 방안을 적극 추진해왔다. 조영길(曺永吉) 국방장관은 지난 5월 6일 노 대통령에 대한 '자주국방 비전' 보고에서 한미동맹 관계를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시켜 북한 위협을 억제할 능력을 완비하는 것을 자주국방의 목표로 설정했다. 국방부는 또 '자위적 방위 역량' 구비와 미래 잠재적인 위협에 대응 가능한 능력을 발전시키는 것을 자주국방의 또 다른 목표로 삼고,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분야별 전력증강 목록과 달성시기, 소요 예산 등을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당시 자주국방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도록 '국방 기본정책서'와 '국방 중기계획' 등에 반영해 추진할 예정이라고만 밝히고 구체적인 전력증강 사업을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군은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와 공중급유기, 차기유도무기(SAM-X),대형수송상륙함(LPX), 육군 대형공격용헬기(AHX), 차기 잠수함(KSS-Ⅱ), 차세대 전투기(FX), 한국형 구축함(KDX-Ⅲ) 등의 도입을 통해 주한미군 역량을 대체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공중급유기= 공중급유기는 전투기의 작전 범위를 크게 늘려 공군전력을 극대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장비다. 통상 전투기가 완전무장한 채 1시간 정도 비행하며 작전을 펼 수 있는 데 반해공중에서 급유를 받을 경우 2시간 동안 비행이 가능해 작전 반경이 크게 확대되고 ,수적 열세 또한 극복할 수 있는 장점을 갖는다. 국방부는 2010년까지 약 2조원을 들여 3,4대의 공중급유기를 도입키로 내부 방침을 세웠으나 노 대통령의 이번 `자주국방' 발언으로 조기 도입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차기 유도무기(SAM-X)= 공군의 나이키 지대공 미사일이 심하게 노후돼 북한의항공기나 탄도 미사일에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에 따라 신형 패트리어트미사일(PAC-3)수십 기를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은 작년 미국 업체와 대금 지불방식을 둘러싼 협상이 결렬된 데다 차세대 전투기(FX) 사업에 1조8천억원이 추가로 투입되면서 무기 연기됐다 전략전술적중요성 때문에 다시 추진하게 됐다. 그러나 예산확보의 어려움과 미국 주도의 동북아 미사일방어체제(MD)로 편입 의혹 등으로 인해 SAM-X 사업을 다시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군 안팎에서 끊임없이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대북 군사정보의 90%를 미군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 독자적인 정보 수집 및 작전 능력을 보유하기 위한 방안으로 AWACS 도입이 최우선 순위로 꼽히고 있다. AWACS는 공중에서 반경 350∼400㎞ 내에 있는 수백개의 목표물을 탐지하고 지상레이더가 잡을 수 없는 저공 침투 항공기와 미사일을 원거리에서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또 작전 중인 아군에게 적진 깊숙한 곳에 있는 항공기와 전차, 차량 등의 동향을 일일이 탑지해 통보하는 등 공중지휘사령부의 기능을 할 수 있다. 군은 1조8천억원을 들여 2005년부터 2007년까지 4대의 AWACS를 도입할 계획이다. ▲대형공격용 헬기(AHX)= 야간과 악천후에도 작전이 가능한 전천후 공격용 헬기는 수적으로 우세한 북한 전차(3천800대)를 상대하기 위한 필수 전력으로 주한미군이 보유중인 아파치 롱보(AH-64D)가 선호되고 있다. 군은 2조원을 투입해 2004년까지 18대, 2006년 이후 추가로 18대 등 총 36대의대형 공격용 헬기를 실전, 배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예산 문제 등으로 인해 진전이없었으나 이번 노 대통령의 발언으로 추진속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육군은 현재 70여대의 공격용 헬기(AH-1S)를 보유하고 있다. ▲대형상륙함(LPX)= 1만3천t 규모의 대형 상륙함은 700명의 해병대 병력과 10대의 헬기, 고속상륙정 2척, 전차 및 상륙돌격 장갑차 등을 실을 수 있어 해군의 상륙작전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유사시에는 수직 이착륙기를 탑재하는 등 경항공모함으로 개조할 수도 있어 군전력증강 측면에서 이지스함 보유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으로 군사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군은 2010년까지 약 9천500억원을 들여 2척의 대형 상륙함을 건조할 계획이며현재 1척을 건조 중이다. 이 같은 첨단무기들이 군의 희망대로 실전배치되려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2.7%인 현재 국방비를 3%이상으로 끌어올려 최소한 10년간 유지해야 하는 만큼 향후 `자주국방' 실현과 관련해 국방비 증액 규모가 주목된다. 특히 국방비 증액은 주변국을 자극해 군비경쟁을 촉발시키고, 참여정부가 추진중인 복지와 분배, 지방 발전 등의 국가 목표 추진 속도를 늦추는 부작용을 드러낼수 있어 자주국방을 둘러싼 국민적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기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