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4일 `정치권의 혼란'을 지적하며 정부와 청와대에 대해 `탈(脫) 정치'와 국정중심 잡기를 강조한 것은 국가적 난제가 산적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역량을 북핵 해결과 민생경제 활력 회복에 집중 투입해야 하는 마당에 자칫 정부와 청와대가 정치적 논란에 휘말려선 안된다는 경계령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비자금 파문과 노 대통령의 직접 소송제기로 더욱 악화될 야당 및 언론과의 관계, 대법관 인선 파문도 모두 노 대통령이나 청와대와 직.간접 관계가 있는 사안들이어서 청와대가 논란과 시비의 중심에 서게될 가능성을 의식한 것으로 관측된다. 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정치적 상황을 과거 독재시절에는 대통령이 힘으로 장악, 통제했고 이후엔 정당제도를 통해 했지만 지금 국민은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지금은 당원의 자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의 중심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해 `민주당과 거리두기'를 강력 시사했다.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선 "이런 식이라면 여당하고만 같이 일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노 대통령은 최근 "현재 정당이 각 계층의 이해를 갖고 움직이기보다는 정서적으로 움직이고 있기때문에 정책을 갖고 어느 당과 타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해 여야 어느 당과도 등거리 원칙을 견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경주.포항 방문에서 정치개혁 문제에 대해서도 정치권에 맡겨두고 자신이 직접 주도하는 것은 피하겠다고 밝힘으로써 `탈정치'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의 이런 상황인식과 언급은 취임 6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참여정부 출범후 나름대로 시스템 구축을 마무리했다는 판단에 따라 정치를 벗어나 북핵문제와 경제활력 회복등 2대 과제를 중심으로 국정운영을 주도해나가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또 `정치권의 혼란'에 대해선 최근 밝힌 대로 새 질서로 재편을 위한 마지막 진통기라는 인식을 갖고 `불관여'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노 대통령은 앞으로도 `정치개혁과 언론개혁은 내몫이 아니다'라고 스스로 밝힌 대로 당정분리를 실천하면서 굵직한 국정과제와 사회갈등 현안에 주로 매달리는 국정운영 자세를 가져나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국정과제의 해결은 궁극적으로 국회의 뒷받침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의 기대와 희망대로 `탈정치' 속에 국정을 주도해나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정치개혁, 언론문제 등은 모두 노 대통령과 직.간접 관계가 있기 때문에 노대통령의 의지와 상관없이 노 대통령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기자 marx0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