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6개국이 27일 개최될 베이징(北京) 회담을 앞두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참가국들이 회담장에서 어떻게 움직일지, 20년 넘게 외교 현장에서 뛴 경험을바탕으로 최근 '국제회의 참가와 협상'이란 책자를 펴낸 임홍재 외교통상부 전 국제경제국장의 분석을 토대로 남.북한을 뺀 나머지 4개국의 협상 스타일을 정리해 본다.

◇ 중국 = 지난 4월 3자회담에 이어 6자회담 개최를 주도한 중국의 협상 스타일은 상대를 자신의 대의 명분에 동조하는 부류와 동조하지 않는 부류로 구분하는 데서 시작된다.

중국은 일단 자신들에게 동조한다고 판단되면, 상대방에게 우정과 의무감을 심어줘 이른바 '자기 사람' 만드는 작업에 착수한다.

그런 다음 상대방이 중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우정과 의무감 등을 활용해 자신들의 협상목표 달성을 도모한다.

중국은 초기에 추상적 원칙을 강조하고 상대방 융통성의 한계를 파악한 뒤 마지막 순간에 양보할 것을 양보한다.

오랜 기간 줄다리기 끝에 교착 상태에 빠졌다 싶으면 그때서야 합의하는 스타일이다.

◇ 러시아 = 러시아의 전통적인 스타일은 중국 보다 훨씬 공격적이고 덜 정교하다는 평가이다.

러시아인들은 협상을 권력과 영향력을 증대하기 위한 투쟁으로 보며협상가는 강인해야만 협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인이 상대방에게 의무감을 심어줘 협상 무드를 조성해가는데 비해 러시아인은 밤샘 협상 등으로 상대방을 지쳐 나가 떨어지게 한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종종남북장관급회담 등에서 밤새워 줄다리기 협상을 하는 것도 러시아와 비슷한 유형으로 평가된다.

러시아인은 대체로 초기에 아주 경직되고 극단적인 입장을 취한다.

그러나 중국인과 달리 '살라미 소시지 자르 듯(salami slicing tactics)' 조금씩 양보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러시아인은 자신들이 양보한 부분에 대해 대가를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일본 = 일본인은 협상을 사회적 갈등의 형태로 인식하기 때문에 공식 협상을피하기를 원한다고 전해진다.

일본의 협상가는 상대방과의 개인 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이는 비공식 협의가 열릴 때 개인관계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과 맥락을 같이한다.

일본인은 공식 협의보다는 비공식 협의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극소화하고 실질적인 진척이 이뤄지도록 하는 계기를 삼는다.

일본 협상가는 보통 러시아 처럼 공격적이거나 퉁명스럽지 않고, 중국처럼 정교한 작전을 쓰지도 않는다.

일본인은 내부 의사 결정 과정에서 경직될 때가 많은데 이는 일본인 특유의 전체적 합의에 의한 의사결정 관행에서 비롯된다.

일본인들은 일단 이러한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도출된 입장을 최종적인 것으로 간주하며 더이상 주고 받을 것이 없다고 하면 협상 당사자 모두에게 공평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미관계 및 국제관계에 대한 각 부처의 참여가 강화되면서 일본의 협상 스타일에 약간의 변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미국 = 미국인의 협상 스타일은 외교관 사이에서 서부 활극에 나오는 존 웨인 유형이라고까지 말하는데 이들은 행동지향적이고 감정과 체면을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미국인들은 협상을 힘이 논리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인들은 지위에 관계없이 상당히 독립적이며 재량권이 큰 편이다.

미국인들은 상대편도 비슷하게 생각하고 즉석에서 양보를 요구하기 때문에 권위주의 의사결정 과정에 익숙한 동양인들을 종종 당혹스럽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미국인들은 자신들의 카드와 상대방의 카드를 함께 보기를 원한다.
일단 보여준카드는 고수한다.

미국인들은 문제와 문제를 분리시킨 다음 어느 시점에 가서 문제들을 같은 선위에 올려놓고 해결을 시도한다.

(서울=연합뉴스) 문관현 기자 kh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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