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12일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고문의 현대비자금 수수의혹이 김대중(金大中) 정권의 `총체적 실정(失政)'을 상징하는 정경유착의 비리라고 규정하면서 여권에 집중 포화를 가했다. 김대중 정권의 최대 업적으로 치부되고 있는 햇볕정책의 어두운 뒷면이 김 전대통령의 `2인자'를 자처해온 권 전고문에 대한 검찰수사에 함축돼있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인식이다.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이날 오전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힘들게 대북사업을 벌여온 현대측이 정치자금까지 만들어 여권에 제공했다는 사실은 김대중 정권의햇볕정책이 북핵위기는 물론 현대라는 대기업을 못쓰게 만들고 정몽헌(鄭夢憲)회장을 죽음으로 몰고갔다는 우리당 주장을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사덕(洪思德) 총무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16대 총선 당시 선거막바지에 이해할 수 없는 돈의 융단폭격을 경험했기 때문에 (권전고문의)긴급체포를 보고 만감이 교차했다"며 "기만과 사기, 선동으로 점철된 선거풍토는 척결돼야 하며 이번에 반드시 끝장을 보겠다"고 말했다. 홍 총무는 이어 기자간담회에서 "검찰수사가 미진하거나 수사결과 발표가 늦어지면 국회차원의 국정조사나 특검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우회적으로 검찰에 압박을 가했다. 이강두(李康斗) 정책위의장은 "DJ는 남북정상회담 뒷거래용, 박지원은 개인착복용, 권 전 고문은 민주당 선거용으로 현대로부터 엄청난 돈을 받아챙겼다. 현대에투입된 공적자금 수십조원 중 일부가 이런식으로 흘러갔다는 것이 방증된 것"이라며공적자금과 연계했다. 박진(朴振)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겉으로는 햇볕정책을 내세우며 뒤로는 국민혈세인 공적자금을 받고도 쓰러져가던 기업으로부터 거액을 받아낸 민주당 정권의죄상의 일단이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검찰에 대한 공격은 자제했다. 아직 권 전 고문의 긴급체포에 관한 정보량이 적고, 16대 총선자금 전반에 대한수사로 비화될 경우 한나라당도 유탄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일단 검찰수사 추이를 지켜보자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최 대표가 당초 이번 사건과 관련해 12-13일 갖기로 했던 기자회견을 15일 이후로 늦춘 것이나 `수사미진시 국정조사와 특검제'로 검찰에 으름장을 놓은 홍 총무가"검찰수사를 훼방할 의사는 없다"고 말한 것은 이런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연합뉴스) 문병훈기자 bh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