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비자금 150억원+α' 사건과 관련, 대검 중수부(안대희 검사장)가 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에 대한 `자살책임론'이 정치권에서전면 부각된 11일 밤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을 전격 긴급체포한 배경에 대해 관심이쏠리고 있다. 검찰은 이날 오후 5시께 미국에 체류중인 김영완씨로부터 이 사건과 관련된 자료를 제출받았음을 알리는 브리핑을 할 때까지만 해도 정치권 비자금 유입 의혹에대한 수사가 무르익었다는 듯한 분위기는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후 7시를 조금 넘기자마자 검찰 관계자는 대검 기자실에 전화를 걸어와 "오후 8시 20분에서 30분 사이에 `중대 발표'를 할 것"이라고 갑작스레 예고하더니 예정보다 조금 앞당겨진 오후 8시가 조금 못된 시각에 권 전 고문의 체포 사실을공개하고 나섰다. 때문에 정치권 등에서는 검찰이 권 전 고문의 체포 사실을 이례적으로 발빠르게공개하고 나선 것이 나름대로의 배경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실 이날 국회 법사위에서는 민주당 함승희 의원이 정몽헌 회장의 자살에 대한검찰 책임론을 집중 제기, 수사팀에 대한 공세를 펴면서 압박해 왔다. 검찰은 "정 회장의 3차례 소환에서 김&장 소속 변호사들이 동행했고 수시로 변호사와 접견하는 등 조사과정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또다시가혹행위 의혹을 제기, 본질을 흐리려하는 것이 아니냐"며 즉각 대응하고 나섰다. 한술 더떠 이날 밤 7시 30분께에는 서울 동부이촌동 권씨 자택을 들이닥쳐 권씨를 긴급체포하는 `초강수' 작전을 전개했다. 이런 갑작스런 행보에 대해 검찰은 송두환 대북송금 특검팀으로부터 건네받은자료에서 단서를 확보했다가 정 회장의 자살로 체포시점을 일시 늦췄을 뿐 당초 계획된 수순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 주변에서는 정 회장의 자살 책임론을 묻는 공세가 검찰을 향해 겨누어지자 이를 조기에 진화하고자 하는 의도로 권 전 고문의 체포를 전격 결정한 게아닌가 하는 관측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게다가 정 회장이 지난달 26일 1차 소환조사때 권씨에게 거액의 비자금을 건넸음을 시인했고, 이런 자백이 정 회장을 심리적으로 내내 괴롭혔으리라는 추측까지나와 검찰을 압박할 경우 수사에 차질이 올 수밖에 없어 검찰로서는 `정공법'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권 전 고문의 신병 확보와 함께 김영완씨로부터 `이번 사건 해결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자료'를 제출받은 검찰이 `양 날의 칼'을 쥐고 `150억원+α' 사건을 어떻게풀어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고웅석 기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