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 합법화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온 청와대가 지난 8일 한총련 대학생들의 미군훈련장 난입사건으로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못하고 있다. 우리사회 보혁세력간 시각차는 여전하지만 한총련 합법화를 점차 시대적 추세로받아들이는 상황에서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의 무분별한 처사가 한총련 합법화에 대한 국민여론을 좋지않은 방향으로 돌려 놓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청와대는 이번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이 미군사격장에 난입, 성조기를 불태우고 장갑차를 점거함으로써 한미간 외교문제로 비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 등을 통해 어렵사리 구축해놓은 한미동맹관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물론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노 대통령이 기습시위 사건직후 대국민 유감성명을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도 이번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노 대통령은 8일 저녁 보좌진으로부터 한총련 학생들의 이번 기습시위사건에 대한 보고를 받고 "동맹국 관계에서 있어서는 안될 일이며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엄정대처와 대국민 성명 발표 준비를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태영(尹太瀛) 대변인은 10일 "커다란 줄기는 고 건(高 建) 총리가 얘기하고,외교.국방보좌관을 통해 대통령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었으나 여의치 못해 대통령의 입장을 내보는 쪽으로 준비했었다"고 설명했다. 윤 대변인은 "그러나 내부 의견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해석의 차이가 다소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고 총리가 정부 차원의 입장을 이미 발표한 상황에서 대통령이별도의 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중복된다는 판단에서 성명발표를 취소했던 것 같다"고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노 대통령이 한총련 합법화에 대한 전향적 조치를 시사해온 입장에서 한총련을 상대로 엄정조치를 밝히는 성명을 발표할 경우의 내부적 모순과,지지기반 상실 가능성이라는 측면이 감안됐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은 10일 한결같이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 할 말이 없다"며 굳게 입을 닫았다. 윤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11일 수석.보좌관회의 등을 통해 한총련 문제에 대해입장을 밝힐 것'이라는 일부 관측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총련 합법화 문제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앞서 노 대통령은 지난 3월 17일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한총련을언제까지 이적단체로 간주해 수배할 것인지 답답하다"면서 "시대변화에 맞지않는 만큼 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라"고 당부했었다. (서울=연합뉴스) 조복래기자 cb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