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는 5일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자살과 관련, 조전을 보낸 데 이어 성명을 내고 금강산관광을 일시적으로 중단할 뜻을 밝혔다. 아태평화위는 이날 성명에서 "정몽헌 회장 선생이 애석하게도 남조선형제들 곁을 떠나간 형편에서 그를 추모하는 아픈 마음으로부터 조의기간을 포함해 일정한 기간 금강산관광을 임시 중단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태평화위는 또 "천추의 한을 품고 쓰러져 간 고인을 외면하고 고인의 유가족들의 그 모진 슬픔마저 아랑곳없이 덮어놓고 금강산관광길을 찾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로 될 것"이라며 일시 중단 이유를 설명했다. 북측의 이같은 의사 표명에 따라 금강산관광은 당분간 중단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며 당장 9월부터 재개될 예정이었던 육로관광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문제는 북측 의지와 상황변화에 따라 금강산관광 중단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도있다는 것이다. 아태평화위가 "조의기간을 포함하여 일정한 기간 임시 중단한다"고 말해 기간이그리 길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면서도 정 회장의 사망을 '특검'과 연관시키는 등 야당을 강력히 성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성명은 "정몽헌 회장의 뜻하지 않은 사망은 북남관계 발전을 달가워하지 않는한나라당이 불법 비법으로 꾸며낸 특검의 칼에 의한 타살"이라며 "금강산관광을 포함한 북남협력사업들은 그 전도를 예측할 수 없는 일대 위험에 처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아태평화위가 언급한 '조의기간' 이후 '일정한 기간'은 북측이 특검 수사를 지켜본 뒤 내부적인 판단을 내리는 데 걸리는 기간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그러나 아태평화위는 "민족의 화해와 단합, 협력과 통일을 위한 길에는 가슴아픈 희생도 있고 난관도 있을 수 있다"면서 "나라의 통일과 민족공동의 번영을 이룩해 나가려는 우리의 힘찬 전진은 그 무엇으로도 멈춰 세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현대아산측과 교류협력 사업을 지속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현대아산의 파트너인 아태평화위와 민족경제협력연합회, 금강산국제관광총회사는 조전을 통해 정 회장을 '북남경제협력의 개척자'로 평가한 뒤 "현대아산과 유가족들이 정몽헌 선생이 남긴 애국애족의 뜻을 변함없이 이어가리라는 확신을 표명했다"고 밝혀 그같은 의지를 드러냈다. 금강산관광은 지난 99년 6월 북측이 금강산 관광객 민영미(閔泳美)씨를 억류하면서 40여일간 중단됐고 올 4월 사스(SARS.중중급성호흡기증후군)를 이유로 60여일중단된 사례가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sknk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