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을 통해 '힘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애쓰고 있다. 도쿄의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은 국제회의가 있을 때면 참석자들의 힘의 균형을유지하려는 데 집착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주장해 온 북한은 1일 러시아를 포함시키는 6자회담을 발표했다. 북한으로서는 이같은 결정은 러시아가 중국에 이어 미국의 압력을 희석시키고김정일 체제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추가적인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믿는 데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북한의 전략은 중국 고위관계자가 북한을 방문하면서 다자간 대화가 필요하다는점을 강조한 이후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측은 이 자리에서 북한에 미국이 제의한 다자간 회의 틀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핵 회담 재개는 불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최후 통첩과 같은 강도로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측의 이런 메시지를 통해 북한 지도부는 핵문제 해결을 위해 '유연함'을 보이지 않을 경우 중국이 북한을 내동댕이칠 수도 있다는 뜻을 읽은 것으로 분석된다. 때문에 북한은 중국의 이같은 '셔틀 외교(shuttle diplomacy)'에 대해 고맙게생각하면서도 중국에 대해 불신감을 품게 됐다고 중국과 북한 관계에 정통한 소식통이 전했다. 러시아의 회담 참가는 이러한 북한의 중국에 대한 불신을 명백히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북한이 핵 문제를 앞세워 지역 안정을 해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믿고 있다. 미-중간의 협력을 중요시하는 중국의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체제하에서 중국 지도부는 과거 한국전쟁 당시 맺었던 북한과 중국간 동맹관계를 새롭게 검토할수도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6자 회담은 이제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 맞선 미국과 일본, 한국의 냉전시대 양자 대결구도가 더이상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보호자 역할을 지속할지, 아니면 북한을 미국의 희망대로 움직이도록 설득할지에 관계없이 이들의 역할은 이번 6자 회담의 결과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일본 정부의 한 소식통은 북한은 이번 6자 회담에서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갖고있는 일본과 한국, 미국 사이에서 불화를 만들어가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와 관련,북한측이 지난 5월 비공식 채널을 통해 일본측과 접촉,북.일 정상회담 1주년을 앞두고 양국 긴장 관계 해소를 위한 전향적 조치를 취할 뜻이있음을 내비쳤다고 전했다. 북한은 나아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다시한번 북한을 방문할 것을 제의하고 납북 일본인의 자녀들의 일본 방문도 주선할 것임을 시사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도쿄 교토=연합뉴스) kyung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