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6자회담 전격 수용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켰던 북핵 문제가 일단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 실제로 6자회담이 성사되고 성공적으로 진행될 경우 이는 단순히 북한의 핵과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차원을 넘어, 전세계적인 냉전질서 해체후에도냉전의 고립된 섬으로 남아있던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과 동북아 질서 재편의 단초가 될 전망이다. 6자회담은 특히 그동안 거론돼온 한반도 문제의 다양한 국제적 해법 가운데 `2(남북한+4(주변 4강)' 방식과 같은 맥락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지적된다. 6자회담이 성사될 경우 한국이 참여하는 한반도 문제에 관한 다자회담으로는 지난 97년 12월 처음 열린 후 99년 8월 이후 중단된 제네바 4자회담 이후 두번째 회담이다. 이수혁(李秀赫) 외교통상부 차관보는 1일 북한의 `6자회담 수용' 직접 통보 사실을 공개하면서 "이제 결실을 보는 단계"라며 "(북측 통보내용에) 중대한 전제조건이나 걸림돌이 붙어있지 않았다"고 회담 성사를 낙관했다. 한동안 '물밑 교섭' 국면에 머물던 북핵 문제는 이제 빠른 속도로 '협상' 국면으로 진입, 한.미.일 3국간 북핵실무회의 뿐 아니라 회담 시기와 장소, 의제 등 세부준비를 위해 북한과 중국, 러시아까지 포함하는 6자 실무회의도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의 6자회담 전격 수용에도 불구하고 회담 준비과정에서부터 유리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신경전을 펼치면서 전제조건과 새로운 카드를 불쑥불쑥 들이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6자회담으로 가는 길이 순탄치만은 않을것이라는 우려는 남아 있다. 이러한 우려는 외교부의 공식발표후 불과 몇시간이 지나지 않아 현실로 다가왔다. 북한이 이날 저녁 외교부 대변인의 질의응답 형식으로 '6자회담속 양자회담'을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미국은 '다자회담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양자접촉도 이뤄질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식의 소극적 해석을 하는 데 반해 북한은 사실상 6자회담 수용의 전제조건으로북.미 양자회담 원칙에 합의했다는 식으로 적극적인 해석을 제기했다. 정부 당국자는 "'다자속 양자' 회담 문제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회담재개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북.미 양측이 서로에게 명분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렇지만 북한이 핵카드를 벼랑끝까지 끌고 갔다가 미국이 주도한 국제사회의다자회담 요구를 결국 수용한 점이나, 핵카드를 사용한 목적인 체제보장과 경제회생이라는 대가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회담은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이 일본과 함께 주도적으로 준비해 미국에 제시돼 막바지검토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한.미.일 3국의 대북 공동제안과 6자회담 참가국들간 공동성명 등의 형식을 통한 북한 체제보장이 상당한 유인책으로 작용할 가능성이높다. 다른 한편으로는 6자회담이 일단 가동되면 북한의 행동여하에 따라 북한의 목적을 달성하는 주춧돌의 역할을 할 수 도 있지만 북한을 옥죄는 국제적 그물망이 될수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북핵 문제는 정전협정 체결 50주년을 맞아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 여부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결정적인 전환점에 접어든 것으로 여겨진다. (서울=연합뉴스) 추승호기자 ch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