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국과 일대일 양자회담 주장을 철회하고 다자회담을 수용한 사실이 공식 확인될 경우 이는 지난해 10월 불거진 북한 핵위기 해소를 향한 `중대 진전'이 될 것이라고 영국의 BBC 방송이 31일 논평했다. 이 방송은 박의춘(朴義春) 주러 북한대사가 유리 페도토프 러시아 외무차관과 만난 자리에서 6자회담 수용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발표됐다면서 북한의 이 같은 전격적인 태도 변화에 러시아가 크게 안도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북한과 미국의 대치상황이 심화하자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사태에 대비해 북한과 인접한 극동 지역에 민방위 태세를 강화하는 등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BBC는 북한이 북-미-중 3국에 이어 한국, 일본과 러시아가 참여하는 6자회담 제의를 수용함에 따라 러시아는 북한과 미국 사이의 견해차 해소를 위한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북한의 6자회담 수용 메시지는 한국을 방문중인 존 볼턴 미국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이 북한을 이례적으로 강도높게 비판한 뒤 나온 것이라고 영국 언론은 전했다. 볼턴 차관은 서울에서 열린 동아시아연구원 주최 강연에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수많은 사람을 감옥으로 보내고 `지옥같은 악몽(hellish nightmare)' 속에 굶주리게 해 놓고 자신은 왕족같이 사는 `폭군같은 독재자(tyrannical dictator)'라고 비난했다. 볼턴 차관은 이날 김정일 위원장의 이름을 40차례나 언급하면서 "핵무기 확산위협이 북한의 핵 야욕을 저지하려는 국제사회의 노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이라고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 특파원 lcs@yna.co.kr